"사람이 자기를 들여다보고만 있을 때에는 자기는 모든 것의 모든 것인 듯하나, 사실 자기 혼자 외따로 설 수 있느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사람은 고립을 두려워한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중)
홀로 있는 것은 없다. 작은 돌 하나도 홀로 있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 우주다. 우주엔 홀로 있는 것이 없다. 돌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 흙과 바람 그리고 물이 서로 만나고 흩어졌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홀로 있어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몸짓들이 더불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기의 실체적 본질마저 내어주며 사라지는 것이 또 우주의 모든 것들이다. 나는 돌이라 계속 있을 수 없다. 없던 것이 수많은 것의 더불어 있음으로 돌로 있게 되었고, 어느 순간에 그 더불어 있음이 흩어지며 또 다른 것과 더불어 있으며 사라지는 것이 우주의 모든 것이다. 돌은 흩어져 흙이 되고 먼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흙과 먼지는 또 다른 무엇의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름으로 어느 곳에선 꽃이 되고 어느 곳에선 사람이 되고 어느 곳에선 집이 되고 그럴 것이다. 그것이 우주다. 사라지고 생기고 그러면 새로운 것과 더불어 있고 흩어지고 다시 다른 이름으로 또 다른 것과 더불어 있는 것, 그것이 우주다. 사람도 그 우주 가운데 하나의 몸짓이다.
변하지 않는 실체적 본질이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역동한다. 진화한다. 자신의 끝을 무너뜨리고 또 다른 끝으로 자신을 내민다. 그렇게 모든 것은 쉼없이쉼없이 자신의 끝을 벗어나며 존재한다. 그 빠르기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말이다. 작은 생명체가 진화하려 또 다른 생명체가 되듯이 그렇게 오랜 시간 천천히 그 가운데 생명의 힘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끝을 넘어 또 다른 끝을 향한다. 종종 진화를 적자생존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더 잘 주변과 더불어 있을 수 있는 것이 살아남는다. 싸움에서 살아남은 것만 남는다면, 쉼 없이 다투고 다투다 결국은 모두 죽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는 잘 싸우는 것만 남게 한 것이 아니라 더 잘 더불어 있는 것만을 남게 하였다. 거대한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스보다 작은 새가 변화한 환경에 더 잘 더불어 있을 수 있었다.
참된 진화의 생존자들은 잘 더불어 산 이들이다. 그렇게 우리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다. 잘 더불어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 되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이 말을 다르게 정의하면 우린 홀로 있는 동물이 아니라, 더불어 있는 동물이다. 더불어 잘 있어 우린 진화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자신이기에 우린 합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린 고립을 두려워한다. 홀로 살 것 같지만, 사실 홀로 됨을 두려워한다. 어떤 식으로든 더불어 있으려 한다. 단지 그 방식을 모르거나 서툰 것이다. 강자가 되어 다른 이들은 낮추어 두면서 있는 것으로 잘못 알거나 남을 무시하며 자신을 높이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 잘못 안다. 그리고 잘못 산다. 그러나 그것이 바르지 않음을 안다. 착각 속에 살지 않는 한 홀로 있음이 천국의 모습이 아님은 안다. 더불어 있음이 천국의 모습임을 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어찌 더불어 살지 고민하였고 플라톤도 마찬가지로 어찌 더불어 살지를 고민하였다. 공자도 다르지 않고 노자도 다르지 않다. 싯다르타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철학자와 종교는 더불어 삶을 이야기하였다. 힘들지만 향해야하는 방향이 바로 그 방향이니 말이다. 그것이 생명의 방향이니 말이다. 자기만 보고 있으면 자기가 전부인 듯하다. 그러나 자기가 누구로 살아가는 삶의 터는 홀로 있음의 자리가 아니다. 더불어 있음의 자리다.
사람은 고립을 두려워한다. 홀로 됨으로 진화의 여정, 그 생명의 여정을 살아오지 않았음을 온 존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주를 이루는 모든 것의 본질이다.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유대칠
2021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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