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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캄연구소와 토마스철학학교의 소식

더불어 있음이 곧 우리의 있음이길 바라며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6. 9.

무의식적으로 지렁이를 밟게 된다. 지렁이는 발바닥 주인에겐 티도 나지 않을 것이지만 온 힘을 다해서 발악을 한다. 어쩌면 나에게 유튜브 방송도 발악이다. 20년 넘게 알바를 하면서 철학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나는 알바 없이 철학을 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 나의 강의들은 들어주시는 분들 사이에 반응이 좋았고, 이후 후속 강의들도 예약되고 준비되고 있었다. 적어도 2월까지 그것을 준비했고, 공식적인 나의 마지막 외출도 강의 관련 회의였다. 그런데 대구에서도 서울에서도 광주에서도 모두 없던 일이 되었다. 미루어진 강의들은 이젠 아예 사라졌다. 다시 나에게 강의의 시간들이 들어 올지 알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 알바는 점점 힘든 일이 된다. 4월-5월, 진지하게 택배를 해야하는가 고민했던 적이 있다. 당장 아이들도 커가고 정지되어 버린 알바도 다시 하게 될까 걱정이고 이제까지 이기적으로 살았으니 이젠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라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응원하지만 가까운 이들에게 나는 그저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이었다. 항상 더불어 살라 말하지만 막상 홀로 이기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진지하게 택배를 할 때 고민하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2022년까지는 공부하자. 그 다짐을 핑계로 다시 펜을 들고 번역하고 글을 쓰고 이렇게 있다.

나의 꿈은 나의 철학노동이 정말 쓸모 있다 생각하는 이들의 자발적인 더불어 있음이다. 그 더불어 있음이 토마스철학학교가 되고 오캄연구소가 되는 것이다. 나의 이 치열한 철학 노동이 나 한 사람의 지적 유희가 아닌 나와 더불어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과 더불어 이루어가는 철학의 길이길 희망한다. 나의 노력이 책이 되고 유튜브 방송이 되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의 글이 되어 전해진다면, 그것이 조금이라도 쓸모로 다가간다면, 그들의 더불어 있음으로 나 역시 이 철학 노동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져가는 것, 나는 그것을 희망한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나는 <대한민국철학사>에서 대한민국철학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그것은 외국의 철학을 물리치고 배격하자는 철학이 아니라, 그들의 철학 역시 더불어 나아가는 그런 철학이다. 그리고 그 철학의 중심엔 우리라는 이름으로 더불어 있는 우리가 있길 바란다. 하나의 아픔 앞에서 더불어 울 수 있는 그런 우리 말이다. 나의 철학은 이 시대,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찾아가 당신이 이 힘겨움을 이길 주인공이며,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더불어 이 어려움을 이겨내 감으로 우리는 우리가 된다 말하는 그런 철학이 되고 싶다. 나의 철학이 우리의 철학으로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 쓸모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이 시대 버려운 애씀, 필요 없다 버려진 노력의 삶을 살았다.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사라진 철학과 출신의 철학노동자이고, 흔히 이야기하는 지잡대 출신의 철학노동자이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며 가방 속엔 철학 논문을 품고 있었고, 그렇게 노동하다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수술하던 날에도 나의 손에 펜이 들려있었다. 나는 학벌 사회의 피해자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피해자이다. 자본주의 무서운 공격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의 친구이고, 마음 아픈 병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의 친구이다. 그렇게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정말 박살나게 밟히며 살았고, 박살나게 밟히다 죽은 이의 친구다. 그렇게 나는 아픈 사람이다. 이 시대의 부조리 앞에서 나는 항상 아픈 사람이었다. 그런 나이기에 나는 나의 이런 아픔들, 이 시대의 부조리 속에서 만들어진 이 아픔들을 온전히 철학으로 이끌어내고 싶다. 이 아픔 속에서도 뜻으로 찾아온 철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단순히 계몽의 대상으로 살아가길 강요 당하며, 때론 이 나라의 중심이라 고집하는 이들의 밖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는 조롱의 대상으로 살아가며... 나는 더욱 더 강하게 다짐한다.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간다.

의도하지 않은 혹은 재미 삼아 밟힌 지렁이의 전해지지 않은 아픔이라도, 온 힘을 다해 발악하듯이 외치는 그 외침이 내 철학이라도 나는 우리 철학을 향한 내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

아프고 힘든 시대, 홀로 외롭게 만드는 이 세상 속에서, 큰 울림은 아니라도 뜻으로 다가가는 철학은 일구어가겠다. 그것이 내 철학노동자로의 삶, 그 삶의 이유다.

내 글도 내 유튜브 방송도 그 길의 노력이고, 철학함이고 발악이다. 내 길이다. 이 길을 더불어 가고자 하는 이들, 기꺼이 나의 손으로 잡고 이 길을 가겠다는 이들, 그들의 후원으로 그들의 더불어 있음으로 나는 이 길을 가려 한다. 좋은 동영상의 시대, 조잡한 동영상이라도, 두드러진 스펙 가운데 흔하디 흔한 모습이라도, 나는 그렇게 '우리'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우리'가 되는 길을 간다. 나와 더불어 있고자 하는 이들에게 뜻으로 다가가는 철학이 되길 바라며 나는 우리 가운데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간다.

오캄연구소의 후원을 부탁한다.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

2020.06.09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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