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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건강공부

반사회적 인격 장애, 더불어 안아 치료해야 할 아픔입니다.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2. 8. 11.

감기가 걸리고 싶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팔이 부러지고 싶어서 팔이 부러지지도 않습니다. 감기도 스스로의 의지로 치유될 수 없고 심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팔이 부러지면 꼭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무리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팔이 붙지는 않습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인격장애가 있습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성격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성격이 아닌 장애입니다. 치유해야 하고 관리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혹은 자녀가 혹은 배후자가 스스로도 힘겹고 남 역시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슬프지만 제대로 건강하게 더불어 살 수 없단 말입니다. 인격 장애는 생각, 인지, 반응 다양한 형태로 오랜 시간 지속되며 이로 인하여 힘겨운 이는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 있기 어려워 사회생활도 매우 힘듭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한번 살펴볼까요.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아파하는 이는 당연히 스스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임을 모를 겁니다. 주변에선 이상한 성격이라고 하겠지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이는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후회의 감정 없이 불법적이고 기만적이며 착취의 행위를 그냥 합니다. 성격이 아니라, 장애의 작용이 이렇습니다. 성격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부끄러움 없이 남의 쾌락의 도구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거기에 이런 이들은 고집이 아주 강합니다. 패자는 괴롭힘을 당해도 그만이고 좀 잃고 살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패자, 즉 피해자는 어리석고 무력한 존재라며 무시해 버리고 비난해 버립니다. 이 역시 성격이 아니라 장애인 겁니다. 그러니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남을 힘들게 하고 남을 도구화하여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존재를 무시하고, 법보다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할 수도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직업을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행복이란 더불어 살아가며 누리는 겁니다. 남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남을 이용하고 공격적으로 살아가는 이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일상적인 행복을 스스로 이루지 못할 때 우린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그냥 기괴한 성격이라고 둘 순 없습니다.

우선 아직 많은 이들이 이런 장애는 병으로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대 과학은 아주 많이 발달해서 이런 병을 조금은 더 분명히 설명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 사람의 뇌를 촬영하며 뇌의 이상 변화를 잡아낼 수준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게 궁금하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MAO-A(모노아민산화효소)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는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MAO-A를 만듭니다. 2002년 영국 연구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유전자의 활동이 낮은 어린이는 성인이 되어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MAO-A 유전자'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일으키는 하나의 요소란 거죠. 유전자의 이상으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지고 되고 그로 인하여 사람과 더불어 있지 못하고 홀로 힘겨운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다면, 그도 참 힘겨운 존재이며 사회가 살펴야 하는 존재란 생각이 듭니다. 선천적으로 유전자 이상으로 일어나는 여러 힘겨움을 사회적 보살피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잉반응하여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스스로의 의지 문제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팔이 부러진 환자가 의지로 팔을 치료하지 못하듯이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이가 의지로 도파민과 'MAO-A 유전자'를 성장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지금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힘겨운 이들을 이해할 때 또 다른 이해의 한 모습은 그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그 일을 멈출 수 없단 겁니다. 이건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힘겨움이니 말입니다.

요즘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촬영하기도 합니다. 뇌 영상 연구가 가능하단 말입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때 이를 관할하는 뇌의 부분이 전전두피질입니다. 대면 강의라면 제가 해부학 책으로 직접 보이면서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바로 그 전전두피질의 이상으로 인하여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일어난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있습니다. 전전두피질의 회색질 부피가 감소하면 그는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굳이 주먹이 아니라도 그냥 앞뒤 없이 욕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전두피질은 우리의 과도한 행위를 억제하게 합니다. 참게 합니다. 그런데 그곳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그런 겁니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이고 거짓말을 함부로 하고 남이 보면 철저하게 자기밖에 모르는 남을 무시하고 비난한 하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그러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그렇게 되어 있는 겁니다. 슬프죠. 그들은 어쩌면 제거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의학이 점점 발달함으로 결국 우리가 품어야 하는 장애를 가진 이들입니다. 하여간 이와 같이 현대 과학은 뇌 영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보통의 뇌와 다른 힘겨운 그들의 뇌를 말입니다.

위의 것들은 선천적인 원인입니다. 'MAO-A 유전자'와 '전전두엽피질'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오직 이건뿐인 것은 아닙니다. 후천적인 요인들, 사회적인 요인들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의 학대 등입니다. 부모의 학대는 다양합니다. 굳이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과도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희생과 의무 그리고 명령만을 강요하는 것도 분명한 학대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있지 못하고 버러진 삶, 관심받지 못하고 산 삶도 학대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MAO-A 유전자의 활동이 낮은 부모가 관리 없이 자녀를 양육하며 상황은 더 힘들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슬프게도 후천적인 요인과 선천적 요인이 상호작용하게 되는 겁니다.

남을 괴롭히고 조롱하고 무시해도 무책임한 사람, 물론 그런 사람의 그 악행이 반사회적 인격 장애 때문이라 넘어가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그런 장애에 관하여 알아야 하고, 특히 부모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 우리는 사회적으로 그 장애를 조금은 더 따스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우울, 불안, 자해, 중독 등이 동반된다면 꼭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기분을 안정화하는 항경련제 발프로에이드(valproic acid) 혹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같은 항우울제 등, 의사의 진료 이후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약을 남용하면 안 됩니다. 경우에 따라선 중독성 약물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적절하게 치료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정신적 아픔과 마찬가지고 잘 알지 못하면서 주변에서 하는 세균 같은 이야기들, 정신과 약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식의 이야기들에 약물 치료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뇌의 여러 물리적 이상 작용 탓입니다. 귀신같이 붕 떠 있는 영혼의 강한 의지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합니다. 꼭!

​2022년 08년 08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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