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과 우울 그리고 기쁨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되기까지
유대칠 (오캄연구소) 씀
아주 재미없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도파민(dopamine 또는 3,4-dihydroxyphenethylamine, C8H11NO2)은 에피네프린(epinephr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함께 부신수질(adrenal medulla, 副腎髓質)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인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계열의 유기 화합물로, 우리 사람을 포함해 다양한 동물의 중추 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작용합니다. 재미없죠. 그런데 이 지루한 걸 알게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만일 이런 지식이 충분한 보상이 되는 이들에겐 이 지루한 이야기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도파민은 그냥 도파민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여러 단계의 생성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도파민의 전구물질 혹은 전구체(precursor)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구체란 최종적으로 무엇이 되기 이전 단계를 말합니다. 그러니 도파민의 전구체는 아직 도파민이 되기 이전 단계의 물질을 말합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기분, 운동 조절, 보상 시스템 등에 관여합니다. 그래서 도파민의 생성과정을 잘 이해하는 건 뇌의 기능과 우리의 정신과 관련된 여러 질병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도파민과 보상 시스템에 관해 아주 간략하게 알아볼까요. 보상은 우리에게 기쁨을 줍니다. 보상 없는 애씀은 기쁨을 주지 않습니다. 도파민은 보상과 관련된 뇌의 활동에 깊이 관여합니다. 기쁨과 관련된 활동을 할 때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그러면 그 활동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어떤 보상을 예상할 때 우리 뇌는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보상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어떤 가지고 싶은 게 있다고 합시다. 어떤 구체적 행동을 실행하면 그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가지고 싶은 그것, 즉 보상을 추구하게 되고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선물로 받아 버리면 보상의 기쁨을 사라지고 집중하지 못하게 되겠지요. 집중의 필요가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보상과 노력의 확실한 관계를 설정해 보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보상이 이루어졌을 때, 도파민의 분비는 증가하면서 그 순간을 기쁘게 합니다. 그 기쁨이 좋아서 그 행위를 반복하려 하게 합니다. 보상을 얻기 위해 애쓰는 노력과 결실 그리고 보상의 연결 고리를 확실하게 만들어 주면 학습 장애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별 노력도 없고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보상이 주어지면 집중할 이유가 사라지고 이것이 습관화되면 학습 집중도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도파민을 이해한다는 건 참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요즘 우울증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울증과 관련해서도 도파민 이해는 큰 도움이 됩니다. 도파민은 기분, 보상 시스템과 동기부여, 기쁨 등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보상 시스템이 잘못되거나 기쁨과 관련된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울증이 일어날 겁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이 도파민만으로 설명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조절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일부 항우울제는 도파민 농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Dopamine Reuptake Inhibitors, DRI)와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억제제(Norepinephrine and dopamine reuptake inhibitor, NDRI)는 뇌에서 도파민이 재흡수 되는 걸 막아 도파민의 활동을 증가시킵니다. 이는 우울증 증상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상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 집중하기 힘든 이의 주의력 결핍을 치료하기 위해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치료를 위하여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다시 도파민의 생성과정에 대하여 지루하지만 유익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도파민을 잘 이해하면 좋은 보상이 따르니 한번 열심히 집중해 볼까요.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에서 티로신(tyrosine)으로의 변환을 살펴봅시다. 사실 페닐알라닌은 도파민뿐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adrenaline)) 및 피부 색소인 멜라닌(melanin)의 전구체이기도 합니다. 이런 페닐알라닌은 단백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단백질에서 페닐알라닌을 얻지 못하면 페닐케톤뇨증 (phenylketonuria)이란 유전 대사 질환을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백질에서 얻은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은 티로신이 됩니다. 이 변환은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Phenylalanine hydroxylase)에 의해 일어납니다.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는 12번 염색체 장완에 위치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활성도가 저하되는 페닐케톤뇨증이 생기는 겁니다. 하여간 페닐알라닌은 티로신으로 변환되고 티로신은 다시 L-도파(L-DOPA)로 변환됩니다. 이 과정은 티로신 수산화효소(Tyrosine hydroxylase)에 의해 촉진됩니다. 티로신 수산화효소는 이 반응의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조절 포인트이며, 신경세포 내에서 도파민 생성의 양을 조절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L-도파에서 이제 도파민으로 변환됩니다. 이 단계는 아로마틱 L-아미노산 탈카르복실라제(Aromatic L-amino acid decarboxylase)라는 효소에 의해 촉진됩니다. 이 변환 후, 도파민은 신경세포 내에서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신경세포 간의 공간인 시냅스로 방출되어 신호 전달을 수행합니다. 이제 도파민이 된 거죠. 이 과정을 이해하면 도파민과 관련된 병에 사용되는 치료제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천천히 진행되는 뇌 특정 부위의 퇴행성 장애입니다. 파킨슨병은 우리의 근육이 휴식 상태일 때도 그냥 두지 않습니다. 의도치 않게 떨리게 하고 또 과도하게 긴장하여 뻣뻣해지게 합니다. 느린 자발적 운동 및 균형 유지도 힘들어지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파킨슨병은 도파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도파민 분비 감소입니다. 뇌의 특정 부위인 흑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생성 뉴런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어 자연히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고, 도파민의 부족으로 뇌의 다른 부분으로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이때 운동 조절과 관련된 부위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제 파킨슨 병의 치료에 있어서 도파민의 전구체인 L-도파를 약물로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L-도파는 뇌로 직접 전달되어 도파민으로 변환될 수 있기 때문에 도파민이 부족한 파킨슨 병 환자에게 도파민의 수준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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