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먼지가 눈처럼 내린다.
영화 속 눈 내리는 성탄절, 그처럼 먼지가 내린다.
사람들의 편의와 만족감을 위해 설치된 것들이 철거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먼지가 된다.
그리고 그 먼지는 눈처럼 내린다.
방진마스크를 해도 먼지는 입으로 들어온다.
그렇다고 방진마스크를 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면 더 힘들어지니 말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덥다.
어느 순간 땀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는 것도 잊는다.
그만큼 바쁘다.
먼지 가득하고 아주 많이 덥고 아주 많이 바쁜 그곳
바로 그곳에서 나는 이주 노동자를 만났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혹은 그런 인사조차 없이 일을 시작했다.
종종 한국 사람의 반말을 듣게 된다.
내가 이주 노동자라고 생각한 거다.
마스크를 내리고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을 보이면
순간 어색해진다.
그것도 웃기다.
한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 아니든 누구도 함부로 반말을 들어선 안 되니까...
아주 힘들지만
각자 각자의 자리에서
마치 기계의 부족 처럼 척척 일을 한다.
누군가 아파서 힘들면
그가 쉽게 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고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채운다.
그렇게 상의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움직인다.
그렇게 그 힘든 일을 각자의 상황에서 저마다 나누어지면서
해결해 간다.
마치 플라톤이 이야기한 철학자 왕이 무언의 무엇이 되어 우리를 움직이듯이 그렇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모두의 좋음을 위해 일한다.
과거 한국 사람과 일 할 때
내가 조금 더 일을 해도 고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오히려 원래 내가 조금 더 일하는 사람이란 식으로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들까지 누가 조금 덜 일할지... 고민하고
그렇게 덜 일하면서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다툰다.
그런데 여긴 그렇지 않다.
조금 아파서 조금 덜 일하게 되어도
문제 없이 조금 더 일하게 되어도
모두는 모두를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먼지 가득한 곳에서...
눈 내리듯 먼지 가득한 곳에서
나는 이질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무엇인가를 느꼈다.
무척 힘들지만
고마운 시간이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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