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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캄공책

오캄은 옛날 사람이다. (오캄공책3)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3. 15.

하나의 개념은 단순한 하나의 단위다. 그 하나의 단순한 개념이 영혼의 밖을 반영한다는 것은 실재론이나 유명론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실재론의 일부는 그 개념 모두가 실재 모두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의 10가지 범주 모두를 반영한다 보았다. 그런 가운데 보편 개념 역시 영혼 밖의 공통 본성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유명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념이 반영하는 것은 개체와 보편 모두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직관적 인식으로 주어지는 개체들만이 영혼 밖 존재와 상응할 뿐이며 보편은 영혼 밖 존재와 상응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 안에서 '만들어진 것' 혹은 '사고 행위'라고 보았다. 기본적으로 영혼 안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든 아니면 사고 행위로써 개념이든 그것도 아니면 개체에 대한 직관적 인식으로 주어진 개념이든 기본적으로 개념은 단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중세 철학자들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생각이다. 지금은 그들의 생각을 현대 철학의 복잡한 논리 속에서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사실 오캄이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했다면 그가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처럼 따로 제법 자세하고 긴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오캄은 지금 많은 학자들이 그에게 묻는 대부분의 고민을 제대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는 당지 그때그때 주어진 물음에 응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급했을 것이다. 자기 생각 전체를 조직할 필요도 그에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철학은 전체적으로 매우 조화롭지 못한 것이다. 하여간 그에게 심적 명사는 개념이며 이 개념은 단순하다. 합성되어 있지 않다. 채턴과의 논쟁으로 그의 입장이 fictum 이론에서 intellectio 이론으로 수정되었다 해도 기본적으로 개념은 단순하다. 뭐... 그렇다고... 그리고 오캄에게 20세기 철학자 러셀이나 포도어의 고민의 원조를 찾으려 하거나 그 연장선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진 말았으면 한다. 그는 그냥 13세기 후반에 대하여 14세기 중반까지 산 옛 날 사람이다. 그 옛날 자신의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일 뿐이다.

유대칠

2021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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