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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

유대칠과 함께 하는 철학 이야기 2 더불어 있다는 것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12. 3.

유대칠과 함께 하는 철학 이야기

 

2. 환자와 의료인 (더불어 있음이란?)

 

여러 번의 수술을 했던 경험이 있다. 2009년 교통사고 때문이다. 사실 그날 이후 아직도 여전히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환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아픔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농부의 일은 농사일이고, 어부의 일은 물고기를 잡는 것이듯이, 환자의 일은 아픈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의료인의 도움을 받는 환자는 그냥 아픈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도움으로 이겨내며 아프다. 환자도 이겨내며 아픈 일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저 수동적으로 당하고만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렇지 않다. 능동적으로 치료라는 행위에 의료인과 ‘더불어’ 참여하고 있다. 치료의 행위에서 환자는 그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만이 치료당하고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무력하게 침상에 누워 치료 행위를 기다리는 존재 혹은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치료 행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겨내며 아파함으로 말이다. 어쩌면 환자의 그 능동, 이겨냄이란 그 능동은 치료에서 너무나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치료의 효과를 더욱 높이는 것일 수도 있다.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아픔과 불편을 전하는 것도 능동이다. 주어진 시간이 약을 먹고 그 순간순간 자기 존재를 긍정(肯定)함으로 있는 것도 능동이다. 마지못해 약을 먹고, 자신의 아픔을 자기 존재 전체의 우울함과 연결하며 무력하게 있는 것보다는 능동적으로 이겨내는 것이 분명 더 활기찬 치료로 이어질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수동적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는 능동적으로 이겨내며 아픈 존재다. 그는 치료받아야 하는 수동적 사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더불어 치료의 행위의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능동적 생명체다. 환자의 의료진은 서로의 본질을 분명하게 한다. 의료진의 본질, 그 무엇임은 환자를 치료하고 그의 건강함을 유지하게 함에 있다. 의료진의 본질은 환자를 통하여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다. 건강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환자의 아픔이 의료진을 의료진으로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환자의 아픔은 그렇게 능동적으로 의료진의 본질에 참여한다. 그 본질이 가능하게 한다. 의료진의 본질 역시 환자의 본질에 참여한다. 의료진이 없다면 환자는 어쩌면 그냥 아픈 사람이다. 이겨내며 아프기보다는 말이다. 교통사고로 몸의 여러 곳이 부러진 이에게 의료진이 없다면, 그는 그냥 홀로 아픈 사람이다. 죽거나 평생 몸에 남은 아픔이 장애가 되어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의료진의 본질, 즉 아픈 이를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는 그 본질은 환자는 홀로 아프게 하지 않는다. 이겨내며 아프게 한다. 결국 이겨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환자와 의료진은 서로의 본질과 존재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더불어 있음’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서로의 존재와 본질에 서로가 능동의 주체이며 동시에 수동의 주체다. 학생 없는 교사는 없다. 교사 없는 학생도 없다. 자녀 없는 부모도 없고 부모 없는 자녀도 없다. 남편 없는 아내도 없고 아내 없는 남편도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계(關係)의 범주를 실체적인 것이 아니라 했다. ‘유대칠’을 ‘유대칠’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그저 ‘유대칠임’뿐일까. 누군가의 남편으로 ‘유대칠’, 누군가의 아버지로 ‘유대칠’, 누군가의 아들도 ‘유대칠’, 누군가의 친구로 ‘유대칠’ 등등 관계의 범주 속에서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되어 존재하는 그 ‘유대칠’이 진짜 ‘유대칠’이 아닐까 말이다. 모두가 사라져도 ‘유대칠’은 ‘유대칠’이다. 그러나 진짜 ‘유대칠’은 그저 홀로 있는 ‘유대칠’이 아니라, 더불어 있는 ‘유대칠’이 아닐까. 환자와 의사가 서로의 존재와 본질에 한몫하고 있듯이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되어 우리를 이루고 있듯이,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와 더불어 있으며 그 더불어 있음 가운데 서로의 존재와 본질에 참여하고 있을지 모른다.

 

학생은 배움이란 능동적 행위로 교사는 가르침이란 능동적 행위로 더불어 있을 때 서로는 서로의 본질과 존재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주요하고 탁월하지 않다. 아내와 남편도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유지할 수 있다. 하나의 가정이란 우리 됨에 서로는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있음’이란 그러한 것이다. 그 가운데 능동적으로 서로의 본질과 존재에 참여하고 있는 것 말이다. 그렇게 서로가 남이 아닌 우리로 있게 되는 것 말이다.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교장 씀

한개마을에서 [안현주 2021 (C)]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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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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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

 

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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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신성한 모독자>

 

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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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의 <일반 형이상학 입문>

 

일반 형이상학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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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의 <철학의 과정>

 

철학의 과정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논리는 왜 철학에 필요한가 그리고 존재론과 철학적 신학에 이르는 간단한 개론적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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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의 <야고보와 요한을 만나다>

 

야고보와 요한을 만나다

<야보고서>와 <요한1서>를 통해 더불어 있음의 신학적 의미를 돌아보려 한다. 신은 이런저런 복합한 형이상학적 이론으로 파악되어 우리 사람의 머리 속에서 생명력 없는개념으로 구속되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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