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368 철학의 자리는 고난의 자리다. 철학은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자기 무시’ 가 민중을 침묵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 철학은 자기 소리를 내게 한다. ‘안’의 생각이 ‘밖’으로 울려 나오게 한다. 이것이 철학이기에 철학을 하기 위해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을 밖으로 드러내야 하며, 싸워야 한다. 현실의 부조리와 싸우는 철학, 현실의 고난을 긍정하는 철학, 자신이 중심이 되는 철학, 그것이 함석헌이 말한 진짜 철학이다.
철학함이란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고난 가운데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남의 소리에 울리며 남의 소리를 증폭시키는 스피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자기 고난 가운데 궁리하고 궁리함으로 자기 주체의 울림을 안에서 밖으로 내어 놓는 것이다. 남의 변두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남으로만, 혹은 나의 남으로만 있어서는 철학이 될 수 없다. 부조리와 싸우는 나, 고난 가운데 당당하게 자기 몫의 짐을 지는 자, 그런 자만이 철학의 생명을 경험할 수 있다.
철학은 결국 자기 존재의 경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남을 조롱하는 것으로 자기를 경험하는 이는 이미 그 남에게 종속되어 있다. 남을 향한 조롱 없이 자기가 없다. 그런 이들은 남을 조롱하고 지배하며 자신의 자기됨을 확인하고, 더욱 더 당당하게 그 거짓된 자아를 참된 자아로 착각하며 부조리를 일상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주변을 고난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래선 안 된다. 지금 나에게 희망으로 다가오는 철학은 남에게 종속된 것도 아니고, 남을 향한 조롱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그러한 것도 아니다.
치열하게 궁리하자. 지금 이 고난의 순간 속에서도 치열하게 궁리하자. 그 궁리함 가운데 조금씩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나란 존재의 주체이고, 나의 존재의 철학이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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