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로 인하여 있다.
P. 526 꽃은 홀로 아름답지 않다. 꽃의 아름다움은 햇빛의 ‘자기 내어줌’으로 있 다. 흙의 ‘자기 내어줌’도 더불어 있다. 바람의 ‘자기 내어줌’도 더불어 있으며, 빗물의 ‘자기 내어줌’도 역시나 더불어 있다. 그리고 강아지똥도 ‘자기 내어줌’ 으로 더불어 있다. 꽃은 이들 ‘자기 내어줌’이 더불어 있음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이다. 권정생에게 아름다움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존재들의 자기 내어줌으로 가능한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것이 존재의 참모습이고 생명의 참모습이다.
한송이 꽃도 그저 외롭게 있지 않다. 한송이라며 하나로 부르지만 사실 수많은 조각의 있음들이 더불어 있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더불어 있음이다. 그렇게 한송이 꽃은 우리로 있다. 햇빛도, 흙도, 빗물도, 강아지똥도 그렇게 한송이 꽃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이루며 그렇게 더불어 있다. 자기 내어줌으로 그렇게 있다.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이러한 것이다. 나의 밖에 있다는 의미에서 초월로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더불어 있음이란 이 순간 속에, 우리의 더불어 있음, 바로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그렇게 아름다움이 초월성을 가지는 것은 나의 밖이라서가 아니라, 나의 밖 너와 마주하여 나의 밖 너도 나의 밖이 아니고 나 역시 너의 밖이 아님이 되는 우리 가운데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초월이다.
지금 혼란의 시기다. 이 혼란의 시기, 가장 절실한 것은 더불어 있음의 아름다움이다. 더불어 있지 않는 홀로 있으려는 아집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더불어 있음의 모습으로 이 혼란을 이겨내야 한다. 서로 나누어 자기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고, 습관 처럼 몸에 녹아든 비난의 언어로 어차피 안 될 것이고, 오직 자기 생각만 답이라 고집하며 남이 야기하듯이 뜻 없는 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있어, 어떻게 아름답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집이 일상이고 아집이 삶인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때론 보수라는 이름으로 때론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쪽 저쪽 결국 우리를 부수려 한다. 더욱더 지혜롭게 우린 우리로 더불어 있다. 보수도 진보도 결국 더불어 있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 우리를 우리로 있게 하지 못하는 것이고, 우리를 나누고, 나를 외롭게 홀로 있는 존재로 만든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지금 이 혼란기... 더불어 있음의 소중함... 우리됨의 소중함... 다시 생각해 본다.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유대칠 (오캄연구소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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