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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철학사 읽기

'부활'과 '자기내어줌' (<대한민국철학사> 읽기 2020.04.12)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4. 12.
"나란 존재가 타자의 자기 내어줌으로 존재한다면, 나 역시 내주어야 한다. 그렇게 더불어 산다. 그렇게 더불어 삶으로 아름다운 생명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철학사> 536쪽

아파트 화단, 조용히 쭈그리고 앉아서 개미집이랑 이런 저런 풀들이랑 더불어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개미집은 제법 커지고 힘 있던 풀은 사그러지고 또 옆 자리 다른 풀은 없던 것이 생겼다. 보이지 않을 때는 없지만 막상 보고 있으면 하나의 우주이고, 하나의 거대한 더불어 있음의 장이다.  

그 작은 생명 가운데 그 어느 것이든 그저 홀로 있지 않다. 죽어 잡혀가는 어느 벌레의 사체, 그 사체를 나르는 개미를 보면 잔인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또 무엇인가를 위해 죽어지고 사라지고 녹아들어 다른 것을 위한 자신이 될 개미를 떠오르게 되기도 한다. 어느 하나도 그저 홀로 있지 않고 누군가의 사라짐으로 있고 누군가의 내어줌으로 있고 누군가와 더불어 있다. 설사 그것이 서로 말도 없이 있는 저 약한 풀과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다니는 개미 사이라도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남인듯 보이지만, 사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기 내어줌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거대한 우리다.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향한 자기 내어줌이다. 죽음 이후 땅에 묻힐 우리는 누군가의 먹이가 될 것이다. 거름이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 녹아들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박제로 만들어 유리관에 두는 공포스러운 일을 하지 않는 한에서 우린 누군가에게 먹이고 그의 배설물이 될 것이다. 우리가 더럽다 하는 똥도 우리의 모습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모습이다. 지금 건강한 내 살을 채우는 그 뜨거운 기운도 어느 순간엔 작은 풀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이 될 것이다. 그 작은 풀의 씨앗을 날리우게 하는 바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린 내가 보고 있는 이 작은 화단의 저 작은 생명들 처럼 혹은 그 작은 생명이 될 것이다. 나의 존재를 내어주면서 말이다. 

죽어도 서 정말 나와 같은 사람으로 나의 몸으로 이 땅에 걸어나와 다시 살지 못해도 나는 그 산의 어느 벌레의 발바닥이 되어 그에게 웃음을 주면 그만이고, 저 작은 풀의 거름이 되어 작은 잎사귀가 되어도 그만이다. 내 지금 이 글노동으로 만들어진 책이 엄청나는 돈으로 혹은 명예로 돌아오지 않아도 누군가의 삶에 작은 뜻으로 남는다면 그 역시 그만이다. 나의 존재와 나의 노력은 충분히 이 곳에서 잘 있는 셈이다. 

부활이란 그런 것이다. 살아서도 나는 쉼 없이 사라지는 나의 모습들이 그대로 내 이기심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속에서 뜻으로 이어지길 노력한다. 나의 자기 내어줌이 그에게 뜻으로 부활하기 바란다. 더는 나의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우리의 것이 되어 부활하기 바란다. 죽어서 이루어질 내 몸의 자기 내어줌 처럼 살아서는 내 삶의 노력이 자기 내어줌으로 온전히 나만의 홀로 있음을 위해 고집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사라여 너의 미소가 되길 바란다. 그러면 나는 죽고 우리 속 따스함으로 남을 것이니 말이다.

부활, 초월적이고 나에게서 멀리 있는 신비가 아닌 어쩌면 우리 삶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유대칠 씀

권정생 선생님 댁에서... 몇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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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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