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우리의 삶을 죽음으로 이끌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싹을 향한 애씀이고 잎을 내기 위한 애씀이며 과실을 햔한 애씀이다. 이런 고난으로 우리의 인생은 외대해진다. (<대한민국철학사> 365쪽)
아픔의 주체가 행위의 주체가 될 때, 역사는 민주이란 주체로 움직이게 된다. 이런 저런 명상으로 현실을 도피하며 신선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난의 한 중앙에서 그 고난의 중심에 설때, 그 고난의 주체가 될때 고민의 주체가 되고 궁리의 주체가 된다. 우리는 이렇게 살라는 책이 많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메모하고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투자하고 이렇게 암기하라는 다양한 명령들이 가득한 책 속에 산다. 스스로 궁리한 나의 답을 생각하기 보다 전쟁터에서 장군의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그 책들이 읽어 멋지지만 결국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명령을 듣는 존재는 변화하는 것이 없다. 명령하는 이의 욕심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자기 삶의 힘겨움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심지어 자기 삶이 만난 악과 부조리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의 잘못된 사랑이 자녀들을 불행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무능하니 너를 이용하겠다는 논리, 그 논리 속에서 어느 순간 자녀는 자기 자신을 부모의 분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부모의 시선 속에서 산다. 부모는 노년을 향하는 자녀에 대해서도 여전히 하나 하나 관심이란 이름의 명령과 통제를 한다. 자식은 자식이 되지 못하고 항상 부모의 주변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부모로 부터의 독립, 떨어짐, 그것이 제대로 된 사랑의 관계가 성립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 명령을 기다리는 존재는 주체가 없다. 명령 없는 삶이 불안하고 명령 처럼 남은 삶의 여러 강박들이 불안을 더욱 더 깊어지게 만든다. 주체성을 상실한 명령을 기다리는 자에게 불안은 숙명이다. 불안하니 모든 외부적인 것에 대하여 공격적이다. 명령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하여 비하적이고 조롱적이고 부정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게 자신이 받은 폭력을 그대로 사랑이라며 보인다.
결핍, 진정한 사랑을 그의 존재 가운데 나의 존재를 물러섬, 즉 비워짐으로 이루어진다. 그때 정말 제대로 우리가 될 수 있다. 식민지와 피식민지가 아닌 주인과 노비가 아닌 평등한 두 주체의 만남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기 존재를 내어주며 하나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물러 설 줄 알아야 한다.
요즘 개에 대한 방송을 종종 본다. 그때 많이 듣는 말이 결핍이다. 너무 과도한 사랑은 참견이고 폭력이다. 그것은 개를 힘들게 하고 그릇되게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돈이 행복의 유일한 기준이라 이야기한다면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녀는 평생 불행하고 불안하게 살아야 한다. 자녀에게 한국은 나쁜 나라이고 외국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면, 자녀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그 공간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공간이 된다. 그냥 두어야 한다. 그 스스로 결단하게 말이다. 어른은 스스로 답을 안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 어른이란 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시선 속에서 사고하고 선택하고 의식하는 자녀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 친구가 그 친구의 힘으로 그 친구의 고난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도록 응원하자. 명령하고 지시하고 감시하고 관리하지 말자. 나 역시 나의 삶에서 오답 가득한 삶을 살아가며 자존감 없이 불행을 일상으로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은가? 이 오답을 정답으로 포장하여 알려주지 말자.
사랑하니 간섭하지 말고
사랑하니 참견하지 말고
사랑하니 시시때때로 전화해서 감시하지 말자.
믿자. 그도 그가 되어야 한다.
나의 불안 속에 나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는 초라해질 그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내 아이의 고난은 내 아이가 더 이상 내 아이가 아닌 스스로 독립된 그 무엇이 되는 생성의 장이다.
나는 그저 응원할 뿐이다. ㅎㅎ
유대칠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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