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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

있는 없음의 슬픔 (일간유대칠 2020.07.16)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6. 16.

나는 새벽에 글을 읽고 쓴다. 낮에는 새벽에 쓸 글을 생각하고 있다. 생각이 막히면 막힌 부분의 생각을 도움 글을 부르기도 하고, 어떤 자료가 필요하면 구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출근과 퇴근도 없다. 풀다가 막히면 언제나 문자하라는 말에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여통 나에게 문자를 한다. 그들의 문자에 답을 한다. 늦으면 자꾸 묻는 이들도 있다. 나는 퇴근도 없고 출근도 없이 그렇게 하루 종일 긴장해있다. 하루 어느 정도의 분량을 번역하고 어느 정도의 분량을 적어내고 어느 정도의 분량을 읽어간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 나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정말 마음 편하게 잠을 자고 싶지만, 나는 마음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한다. 이젠 습관이 되었다. 오늘도 4시에 잔 나는 7시에 일어나 번역을 하고 어제 미쳐 정리하지 못한 글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밖에서 보면 나는 바쁘지 않는 사람, 천하태평인 사람이다. 

지금 나의 소원은 잠을 폭 자는 것이다.

나는 잠이 많지만, 참는다. 커피 마시면서 참기도 하고, 잠이 오면 아령을 들고 흔들며 깨우기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 깨우기도 한다. <대한민국철학사>를 적을 떄는 새벽에 혼자 밖에 나가 차가운 바람에 잠을 깨우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어도 사람들에게 나는 원래 잠이 없는 사람이다. 아무도 내가 잠을 자고 싶어한다는 것을 모른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불안하다. 논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것도 병이기에 잠을 청하지만 여전히 나는 잠이 힘들다.  

지금 나의 소원은 잠을 푹 자는 것이다. 

4년 전이다. 나에게 영어를 배우던 어떤 이가 나를 태워주었다. 그의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그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참 잠에 들어 있었다. 일어났을 때, 그는 운전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수업 중간 중간 10여의 간격에 내가 잠을 잔다는 것도 알았다. 잠을 자는 나를 본 적도 있고 자는 나를 깨워 수업을 받기도 했단다. 그는 잠을 많이 자라며 잠자는데 좋다면 차를 한 잔 내어주기도 했다. 그의 차에서 내려 잠시 걷는 길...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직 내가 잠이 많다는 것을 아는 이는 없었다. 그가 처음이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일하던 곳 가까이 있던 그가 평소 공부를 하거 나가니 수업 중간에 잘 곳이 필요하면 자신의 쇼파에서 자고 가도 상관 없다 했다. 눈물이 났다. 사실 그가 나를 특별히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착했다. 친구 누구는 어디가 힘들지 또 다른 누구는 또 어디가 힘든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할 때면 도움을 주는 것을 조금은 당연히 여겼다. 그것은 그에게 착한 일도 도마운 일도 아니었다. 아마 그는 내가 이렇게 기억하는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지 모른다. 나에겐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데 말이다.

교통 사고 이후 오른 쪽 발목과 양쪽 어깨가 많이 상했다. 길을 걷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픈 적도 많았고, 그 길로 그대로 병원에 아프다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큰덩치 때문인지 아프다면 엄살이라는 이들이 많다. 많이 아픈데. 나는 정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내가 아프다는 말을 무시하거나 그 조차 조롱하거나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는 이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장난 삼아 조금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해도 막상 정말 아프면 말을 못한다. 지금은 대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 어느 의사 선생님은 내가 여기 여기 아픈 것이 맞다고 했다. 당연히 사고 이후 이런 저런 상황이라 이 부분이 아픈 것이 맞다고 말이다. 그 말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여기 저기 이렇게 아픈 것은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해주었다. 고마웠다. 나의 아픔을 엄살로 받지 않아서 고마웠다. 

아프고 힘들어도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 힘든 이들이 있다. 아프다 해도 힘들다 해도 봐주는 이도 응원하는 이도 없이 있으면 그냥 없는 것 같다. 있기는 있는 대 없는 것 같다. 있지만 없다. 있는 데 분명히 있는 데, 생물학적으로 살아있는데, 아직은 생명체인데...생명체인지 어쩌면 죽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있는 '있는 없음'이 있다.

나는 지금도 잠을 자고 싶다. 

유대칠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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