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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

선물... 일간유대칠 2020.05.08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5. 8.

과거의 일이다. 나와 무척 친했던 한 후배가 내가 선물 받은 찻잔을 나의 동의 없이 사용하다 그만 깨뜨렸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당시 음악 선생님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지금도 그 찻잔의 모양을 온전히 기억한다. 나는 후배에게 나의 물건을 깨뜨린 것... 나의 동의 없이 사용한 것을 두고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선물 받은 것을 누군가 함부로 사용하거나 다루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설령 내가 사용하지 않는 것을 받았다고 해도 그 선물은 단순히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나를 생각한 그의 정성이 들어간 소중한 그 무엇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선물 받은 것은 아주 소중하고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주단지 다루듯이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그 고마움을 사용전에 생각하려 한다. 지금 나의 노트북도 사실 선물 받은 것이다. 그래서 항상 생각한다. 그 고마움을.

선물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나는 잘 마시지 않는 외국의 어느 차를 선물 받은 일이 있다. 그러나 한 동료가 자신은 매일 그 차를 마시는 것이 좋으니 그 차를 달라고 했다. 나는 주지 않고 다른 차를 주었다. 나는 선물 받은 것을 함부로 남에게 다시 주지도 않는다.  남의 내가 받은 선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도 싫지만 그것을 내가 함부로 남에게 주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앞서 적은 것과 같은 이유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대학 2학년 어린이날...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데 당시 한 노 교수님을 만나게 된다.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당시까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자신의 눈엔 아직 어린이니 선물 하나를 해야겠다며 책 한 권을 고르라 했다. 그때 나의 손에 들어온 것이 암브로시오에 대한 책이다. 그 책을 읽고 나는 세례명 암브로시오를 가지게 된다. 선물 받은 책은 그냥 두지 않는다. 꼭 다 읽으려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말이다. ㅎㅎ 함석헌 전집도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다 읽었다. 왠지 그런 의무감이 있다. 그것을 다 읽고 내가 고민한 것과 만나 이루어진 것이 <대한민국철학사>다.

나에게 영어를 배우고 공무원이 된 한 친구가 나에게 사탕을 선물했다. 외국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말이다. 나는 그리 좋아하는 맛이 아니었다.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나 종종 글노동을 할 때 그 사탕을 먹었다.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렇게 강박적인 것이 많지 않다. 그냥 아무 것이나 읽고 먹는다. 별로 취향이란 것이 없고 꼭 지키지 않으면 불안한 것도 없다. 단지 하나... 선물 받은 것에 대한 마음은 항상 어느 정도의 강박으로 남아있다. 고마운 것이다. 함부로 사용하기조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도 말아라... 

지금 나의 삶은 많은 선물로 가득하다. 오캄연구소에 대한 응원도 그렇고, 종종 받는 물건으로의 선물도 그렇다.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고 그 기억 속에서 고마움이 나의 노력으로 다시 드러나 그분들에게 이렇게 내가 열심히 산다는 것을 보임으로 돌려드리려 한다. 

분명 충분한 고마움이 주신 분에 대한 최소한 태도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 역시 그 선물로 나와 더불어 있는 누군가와의 우리됨의 한 모습일 것이며 그 우리됨을 지키는 노력이라 생각한다. 

선물을 주고 받는 5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선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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