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가지 않아도 대학을 다닐 수 있다면 좋을까?
잘 모르겠다. 우선 시간 강사들이 필요 없게 된다. 지금도 시간 강사들은 쉽지 않은 삶을 산다. 이런 저런 법적 장치를 만들어도 시간 강사를 힘들기만 하다. 그런데 강의실에 오지 않아도 수백명에게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게시판이나 조교 게시판을 통하여 질문을 올리고 답을 들을 수 있다면, 한마디로 지금 인터넷으로 수능 강의를 듣는 것에 익숙한 세대에게 너무나 익숙한 대학의 시대가 온다면, 시간 강사를 더 필요 없다. 교수 한 명이 수 백 명을 강의할 수 있는데, 교수도 일주일에 한 번 가서 녹화하면되는데, 대학원 수업 등은 화상 강의를 한다 해도, 대학은 교수 인력을 조금 수월하게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철학과와 같은 인문 계열 학과는 실험 실습도 없으니 더 편하게 더 쉽게 시간 강사를 줄 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도 한 과에 두명이나 세명의 교수만 있는 철학과들이 있는데 말이다. 두 명이나 세 명이면 시간 강사의 도움 없니 교양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찍어 올리면 수백명이 볼 것이고, 출석의 확인도 쉽고, 말이다. 방송대는 그 보다 더 많은 인원도 하는데 못할 것이 없다.
부실한 대학은 더 많은 시간 강사를 짜르고 교직원을 짜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학은 강사를 짜르며 살려 해도 결국 학생 수는 너무나 빠르게 줄고 있고, 결국은 그런 대학들은 모두 사라지고,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서울의 대학에 갈 수 있기에 대학의 수도권 집중화는 더 심해질지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이것이 좋은 미래인가? 이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철학과 박사는 흔하디 흔하다. 그들은 어디에 가서 노동을 해여할까? 인터넷 공간으로 나와서 철학아카데미나 문예아카데미와 같은 모습으로 활동해야하는가?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다. 소속되지 않은 철학노동자들은 어떻하나?
대학에서 철학은 점점 자리를 잃어갈 곳이다. 분명히. 지금 보다 더 심하게 말이다. 그러면 철학노동자는 사라지거나 대학 밖으로 나와야 한다 .
아직 대학 속 철학은 대학 밖에선 어디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데. 그냥 지역의 교양센터 강의를 하며 살아야하는가? 그것을 위해 철학노동자가 된 것일까? 그나마 그것도 스펙이 좋은 사람이라야 가능하다.
대학 안에서도 대학 밖에서도 철학은 설 곳이 없다.
유대칠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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