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러시아 정교회 수도 사제인 세라핀 로즈(Seraphim Rose)는 많은 정교회 문헌을 서방 사회에 소개한 인물이며, 그의 수도원은 현재 세르비아 정교회 소속으로 여전히 정교회 관련 문헌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늘 그의 사상을 소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스친 그의 말 한마디를 나누고자 합니다. 다들 이미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교회를 다니는 이들이 성서에서도 익숙할 것이고 절에 다니는 이들은 불경의 가르침에서도 비슷한 것을 접했을 것입니다.
"다른 이를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마세요. 다른 이들을 천사와 같이 여기세요. 그들의 죄와 실수와 약점을 덮어주세요. 오직 당신 스스로를 가장 큰 죄인으로 돌아보세요. 이것이 영적 삶의 첫 걸음입니다."
우린 너무나 쉽게 남을 단죄합니다. 남의 실수는 그의 실패로 판단해 버립니다. 나의 죄보다는 남의 죄를 바라보며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스스로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저렇게 신앙생활하면 어쩌나 조롱하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저 입에 기계처럼 달라붙은 기도문이 전부인 자신은 돌아보지 않으며 그저 몇 번 기도하였는지 숫자에 매달려 살아가면서 남에 대해선 그렇게 비난하고 죄로 단죄합니다.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너는 나처럼 살았어라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남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을 즐깁니다. 나는 성당과 교회의 이런저런 일에 이 만큼의 돈을 내었으니 이 만큼 큰 신앙이라며 교만의 말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적은 돈으로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예수와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의 그 가난을 조롱합니다. 나는 이 만큼 많이 돈을 내었고 이 만큼 많은 시간을 내어 놓았으니 저런 사람들과 다르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높이며 남을 낮춥니다.
이것은 영적 삶에서 멀어지는 길입니다. 아니 이미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하고 성당과 교회를 오래 다녀도 이런 조롱과 비난으로 자기 돌아봄과 자기 죄를 숨긴다면, 그는 절대 영적인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남의 신앙과 남의 약점을 바라보며 그것을 지적하기 전에 나를 돌아봅니다. 나를 돌아보고 돌아봅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나란 존재가 온 맘으로 받아들여질 때, 나는 예수의 손과 발이 되어 아프고 힘든 곳으로 자연히 녹아내려 들어갈 것입니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수와 더불어 하나 되어 예수와 더불어 아프고 힘든 이들과 우리가 되어 그렇게 나는 사라지고 나로 살아갈 것입니다.
2020 10 05
암브로시오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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