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어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되리니. (마태오복음 5장 8절)
마음이 가난하면, 마음은 깨끗합니다. 마음을 비우면 마음은 깨끗합니다. 당연합니다. 욕심으로 이런저런 것을 마구 가져다 놓지 않으니 깨끗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유의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가득한 이는 마음이 깨끗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유뿐인가요. 권력이니 명예니 남들이 주는 이런 저런 힘들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 안에서 높아지고 싶은 마음 그것도 마음을 더렵게 합니다. 그것도 버려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 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깨끗하기 힘들지요. 남의 것이라도 더 많이 가져와 자기 창고를 가득히 채워야 하니 말입니다. 그래야 잘 사는 사람이란 말을 듣습니다. 혹자는 그런 도둑놈의 삶을 자기 개발에 성공한 삶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기 것도 아닌 것으로 마음을 가득 채웠으니 깨끗하기 힘들 것입니다. 누가 또 빼앗아갈까 두려운 마음도 있을 것이고 그 불안감에 잠도 편히 자기 힘들지 모릅니다. 그러나 의로움에 목마른 이들은 자기 창고의 것들도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며 덜어냅니다. 그것도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며 가난한 이에게 나누니 마음이 깨끗할 것이 당연합니다. 비우고 비우고 살아가니 말입니다. 마음이 깨끗한 이는 이와 같이 마음이 가난하고 의로움의 목마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우리 영혼의 꺠끗함은 한 번의 세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하는 기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하는 묵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마음이 깨끗한 삶은 마음 가득한 아집 없이 비워진 사람이라 알고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덜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덜어내는 사람은 아닙니다. 덜어내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밤낮으로 묵상한다고 덜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진짜 덜어내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바보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 아집 가득한 사람들 사는 어지러운 세상의 소리입니다. 그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삶, 이런저런 번뇌에 힘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는 이들의 삶입니다. 어쩌면 그 번뇌의 힘겨움은 청소함으로 덜어져야 할 아집의 마지막 몸부림일지 모릅니다. 덜어지고 덜어지는 삶, 그것을 알아야 하고 묵상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누가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도 행함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믿음이 그를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야고보서간> 2장 14절)
믿는다 아무리 말을 해도 그렇게 살지 않으면 그 역시 마음이 깨끗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더러운 자신의 마음을 이래저래 숨긴다고 모두 숨겨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분명하게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숨기고 가리고 있는 자신도 알 것입니다. 부끄러우니까요. 믿음 강한 사람이라 아무리 소리쳐도 나쁜 부자로 살아간다면, 나쁜 권력자로 살아간다면, 아집 가득한 욕심쟁이라도 살아간다면, 그 믿음은 무엇일까요? 마음 가득히 아집으로 이것저것 채우고, 여전히 소유의 배고픔에 허덕이며 살아간다면, 그 믿음은 정말 무엇일까요? 덜어내는 것, 더불어 누리는 것은 말이나 관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완성됩니다. 삶이 된 믿음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되지만 나의 머릿속 관념으로만 있는 믿음, 나의 기도문이 되어 나의 입가에만 있는 믿음, 그런 믿음은 나에게도 나 아닌 다른 이에게도 희망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쁜 나를 좋은 나로 착각하게 합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수단이 될 뿐입니다.
실천합시다. 그렇게 살아갑시다. 마음을 청소하면서 살아갑시다. 비우며 살아갑시다.
가장 힘든 청소가 마음 청소일지 모릅니다. 지금 가득한 아집도 내려둡시다. 마음을 비웁시다. 그렇게 삽시다. 참 힘들지만 그렇게 삽시다. 그것이 신앙입니다. 그렇게 살아봅시다. 그것이 복된 삶이니 말입니다.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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