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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신학

감옥 속 힘 없는 노인 베드로를 보면서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1. 13.

램브란트의 그림 속 베드로를 봅니다. 기도를 위해 잡은 손은 바른 모양이 아닙니다. 과거 힘겨운 어부의 삶이 상한 손의 모양으로 남았습니다. 노동으로 상한 그 손을 부여잡고 기도 중인 그는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예수께서 주신 두 열쇠는 옆에 두고 있지만 막상 현실 속 그는 감옥에서 상한 손을 모아 기도하는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 노년의 그 누군가입니다. 감옥이란 상황을 초월한 듯 이 세상에 없는 모습으로 앉아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성하지 않은 손으로 힘겨운 얼굴을 하고 감옥에서 기도 중입니다. 오직 그의 기도 중에 그를 감싸는 빛 만이 그와 더불어 그의 쉽지 않은 지난 삶을 안아주며 위로하는 하느님의 모습을 그린 듯합니다. 

성스러움의 자리, 그리고 그 자리의 삶은 보이는 것과 달리 제법 힘들지 모릅니다. 내전의 공간에서 힘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벗으로 살다 하느님 품에 안긴 이태석 신부님을 생각해 봅니다. 그는 그렇게 아프고 힘든 이들의 벗으로 사셨지만 막상 자신은 암환자였으며, 자신의 암이 확정된 그 날에도 아프고 힘든 이들을 위한 자리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어쩌면 램브란트가 이태석 신부님을 그린다면, 한 손에 링거를 하고 아주 심하게 마른 모습에 어둔 병실에서 빛 가운데 아프고 힘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그리지 않았을까요. 장기려 박사님을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기꺼이 의술을 실천하셨지만 스스로는 화려한 삶이나 큰 부유함 없이 사셨습니다. 그 높은 의술로 돈 욕심을 내고 살았다면, 아니 그냥 욕심까지도 아니고, 남처럼 그냥 그렇게 살았다면 그분은 큰 대학병원의 원장으로 제법 유명한 의사로 누리고 누리며 사시다 생을 마감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남처럼 살지도 않았고 돈 욕심을 덜 어내며 그렇게 아프고 힘든 이들의 벗으로 살다 돌아가셨습니다. 돈도 내려놓고 가진 의술을 가난한 이를 위하여 나누며 그렇게 남들에게 바보 소리 들으려 사신 장기려 박사님은 바보 소리를 들으면 성공한 삶이란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의 기억 속 이태석 신부님을 뜻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은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기적 가운데 사셔서가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사람이 가진 아픔으로 사람의 삶을 살아가면서 너무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그 아집을 내려놓고 너무나 많은 것을 더불어 사신 그 모습입니다. 그러니 종교를 넘어 그분의 삶을 기억하고 그분의 부재는 아파하는 것이겠지요, 장기려 박사님 역시 마차가지입니다. 의학 책을 내신 의학자라지만 보통의 우린 그런 의학 이야기보다 아프고 힘든 이들의 옆에서 굳이 그리 살지 않아도 욕하는 이 없을 것인데 스스로를 낮게 더 낮게 낮추며 아프고 힘든 이들의 그 고난의 벗으로 사진 모습을 우린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뜻으로 다가와 종교를 넘어 그분의 부재는 아쉬워합니다. 램브란트가 그를 그린다면, 대학원병 원장실에서 멋지게 있는 모습이 아니라, 한국 전쟁 이후 가난한 이들의  공간인 판자촌에서 아픈 이들의 옆에서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더불어 있으며 더불어 울고 웃는 그런 사람 장기려 일 것입니다. 장기려 박사님도 이태석 신부님도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었습니다. 초자연적인 기적의 주인공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애씀, 그 애씀으로 아프고 힘든 이들을 향하여 다가가 더불어 있던 그런 분들이십니다. 이웃과 더불어 있음이 하느님과 더불어 있음이란 것을 아시던 분들이시죠. 신앙을 그저 지식 정도로 사신 것이 아니라, 힘들지만 너무나 힘들지만 삶으로 사신 그런 분들이십니다. 

베드로 역시 보통의 사람입니다.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사람이 바로 베드로입니다. 참 사람다운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진리에 순종함으로써 영혼이 깨끗해져 진실한 형제애를 실천하게 되었으니,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베드로의 첫째 서간 1장 22절)

너무나 사람다운 사도 베드로는 진리에 순종함으로 깨끗한 영혼으로 서로 사랑하라 했습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면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됩니다. 자기 욕심으로 가득한 마음이라면 이런저런 욕심을 이룰 수단으로 누군가를 보지만 진리에 순종하면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이를 보면서 노력해서 살았으며 저렇게 살진 않았을 것이라며 스스로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그 무시 가운데 그들과 더불어 있을 필요 없다는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 거리를 두는 것은 참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진리에 순종하여 그를 보면 그는 아프고 힘든 사람입니다. 그 아픔이 보입니다. 사랑해야 할 것이 보입니다. 베드로 역시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사람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쉽지 않은 길을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아프고 힘든 어둠 속 감옥 가운데 나이 들어 힘겨운 근심의 얼굴로 노동으로 찌그러진 손으로 살아간다 해도 예수가 주신 그 열쇠를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쉽지 않은 길을 가며 서로 사랑하자 서로 사랑하자 그렇게 살자 외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 참 힘든 일입니다. 

그냥 감옥의 베드로... 아프고 힘겨운 모습으로 어둠 가운데 기도하는 노년의 베드로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저의 자리에서 저런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힘들지만 아주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것이 신앙이기에 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1 13

https://g.co/arts/t5DqVdzyAUmhXTkN9

 

St. Peter in Prison (The Apostle Peter Kneeling) - Rembrandt van Rijn - Google Arts & Culture

About that time Herod the king laid violent hands upon some who belonged to the church. He killed James the brother of John . . . and . . . he proceeded to...

artsandculture.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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