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인간관계로 힘든 경계성 인격 장애의 원인은 복잡합니다. 유전적 요인에서 환경적 요인까지 다양합니다. 선천적으로 뇌의 특정 영역의 크기에 문제가 생기면 일어나기도 하고,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이 있으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질환을 경험하는 많은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학대가 그 원인입니다. 물리적 폭력도 그렇지만 어린아이로는 해결하기 힘든 과도한 의무부여도 폭력입니다. 바로 이러한 폭력이 한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부모가 자녀가 가진 마음의 병의 원인, 즉 세균일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참 무서운 말입니다.
폭력적인 부모, 자녀를 철저하게 외롭게 하는 부모, 자녀에게 이 세상을 홀로 있음의 세상이란 것을 강요하는 그런 부모는 자녀를 홀로 아프게 합니다. 그 가운데 몇몇은 자해의 경험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은 그들이 가진 불안감의 표현이겠지요. 그러나 그런 불안감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그냥 별 것 아닌 것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그러면 그 병은 더욱더 깊어집니다. 여전히 그는 더불어 있지 못하고 홀로 있어야 함을 강요받을 뿐이니 말입니다. 이런 아픔을 가진 이들은 극단적인 이상화와 극단적인 배신감을 오갑니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그 극단적인 틀 속에서 세상을 판단해 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하게 됩니다. 공허감이 쉽게 일어나고 항상 홀로 있음이라 생각하니 말입니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있음을 고민할 때 우리 사회의 경계성 인격 장애의 아픔도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화도 힘듭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만 있을 것 같던 갑을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을은 갑의 의심과 폭력 앞에서 기죽어 삽니다. 기죽어 살면서 갑이 되려 합니다. 또 다른 가해자가 되려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나쁜 것인지 모릅니다. 홀로 있음으로 그렇게 외롭고 아프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은 이미 가해자의 모습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슬픕니다. 스스로 마음이 아픔 경계성 장애를 가진 이들은 누군가와 더불어 해결하는 법을 모르는 병입니다. 결국 그 아픔 마음을 자해와 자살로 해결하고 맙니다. "인류의 빛은 사랑밖에 없다." 문익환 목사가 <새것, 아름다운 것>에서 쓴 그 한 줄이 다가옵니다. 사랑 가운데 자기 희생마저 행복으로 여기는 사랑, 그렇게 더불어 있는 사람, 사실 그런 사랑은 그 자체로 이미 자기 내어줌을 포함하지만 내어준다 아깝지 않고 자기 내어줌으로 웃는 누군가의 모습에 더 크게 행복하여 더불어 웃는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랑으로 더불어 있게 된다면,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게 된다면, 어쩌면 우리 사회에 경계성 인격 장애로 자해를 하고 자살을 하며 자기 파괴를 하는 홀로 된 아픔의 수는 줄어들 것입니다. 더불어 있다면 조금 가난해도 안정감을 누립니다. 더불어 있다면 이 사람의 마음 앞에서 내가 미운 사람이 될까 불안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있다면 내 힘겨운 마음이 쉴 곳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린 더불어 있음,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음의 삶에 집중해 보아야겠습니다.
유대칠
2020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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