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은 홀로 있지 않습니다. 다른 낱말로 함께 하나의 말로 살게 됩니다. 거기에 그 말이 주어진 상황 또한 더해져야 합니다. 그냥 '사람'이란 한 낱말도 그냥 그대로는 온전한 말이 아닙니다. 다른 낱말을 만나 '이 사람은 나의 친구다'라는 식의 말이 되어 삽니다. 조금 특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선 그냥 '밥'이라도 해도 그 상황은 그 말이 홀로 있는 하나의 낱말이 아니라, '밥 주세요'라는 말이라거나 '배고파요'라는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도 그렇듯이 사물도 그냥 '낱개'로 있는 것은 없습니다. 유대칠도 그냥 낱개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살아가며 저와 더불어 있어준 모든 인연들이 유대칠이 됩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니 어린 시절 마을의 작은 하천이던 신천을 그리던 어느 화가분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진지한 그림은 그때가 처음입니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그는 날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남이 나의 존재 한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뿐인가요? 글씨가 이쁘지 않다고 저를 발로 차고 머리를 댕겨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 그 악마 같은 선생도 저의 존재 한 울임입니다. 제가 경험한 거의 첫 부당한 폭력이었습니다. 지금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종종 하반신이 많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대구 405번 버스를 타고 현대백화점 앞에서 내리려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쓰려졌을 때 저를 잡고 부축하여 내려준 작은 키에 작고 약해 보인 어느 힙합 소녀도 고마움으로 저의 존재를 이루는 한 조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때론 좋고 때론 나쁜 인연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굳이 가족이나 벗이 아니라 하여도 말입니다. 멋진 모습으로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모습은 저에게 그림의 매력을 남겼습니다. 함부로 때리고 폭력을 쓰던 선생은 저에게 선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남겼습니다. 저는 그런 악마가 아닌 좋은 선생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기꺼이 자신의 힘과 시간을 내어주어 큰 덩치의 나를 버스에서 내려주며 도와준 이를 보면서 저는 일상 속 작은 더불어 있음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나란 존재는 아주 작은 날개의 존재이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결국 큰 힘은 하나의 낱개가 가진 거대한 소유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작지만 소중한 울림으로 다가가 만들어낸 거대한 더불어 있음의 울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치 서로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는 듯 하지만 더불어 있을 때 하나의 화음이 되어 거대하고 웅장한 교향곡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말입니다. 거대한 울림의 튜바는 튜바대로 섬세한 소리의 플루트는 플루트대로 그리고 작아서 별 것 없어 보이는 케스트네츠는 케스트네츠대로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울림으로 있을 때 하나의 곡은 거대하고 웅장한 곡이 됩니다. 튜바와 플루트 그리고 케스트네츠가 각각 따로 저마다의 소리를 크게만 낸다면 과연 조화가 될까요. 저마다의 소리를 자유롭다 해도 제대로 된 거대한 울림 정말 소중한 그 울림 가운데 자신이 아름다움으로 드러내진 못할 것입니다.
낱말은 홀로 말이 되지 못하고 한 악기의 울림이 교향곡이 되지 못하듯이 그렇게 나란 한 사람도 더불어 있어준 일상의 소중함, 그 소중한 가운데 우리로 있는 가운데 제대로 나란 존재로 살 수 있음을 생각해 봅니다. 나란 존재가 정말 뜻있는 무엇이 되는 길은 바로 가까이 나와 더불어 있어준 이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우린 더불어 있음을 가장한 거짓의 홀로 있음에 속아 왔습니다. 아들 중심의 가정에서 딸은 곁에 있었지만 더불어 있지 못했고, 남성 중심 사회에선 여성이 곁에 있었지만 더불어 있지 못했습니다. 내 종교 중심의 사고에선 내 종교의 모습만이 중요하고 소중했지 다른 이의 종교적 가치는 무시되곤 했습니다. 어쩌면 곁에 있지만 홀로 있었던 우리네 삶, 그 삶이 지금 우리 사회를 아프게 하는 수많은 인격 장애의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희망은 지금 여기 나와 더불어 있는 이들과 함께 찾아옵니다. 어쩌면 찾아와 있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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