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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

이젠 미안하지도 않습니다. (더불어 철학 2020 12 22)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2. 22.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창세기 1장 1절

사람이 생기고 자연이 생긴 것이 아니라, 자연 만물이 생겨 보기 좋았던 바로 그곳에 사람이 생겼습니다. 어찌 보면 사람 아닌 자연 만물이 하느님 품에서 보면 형이고 누나이고 언니이고 오빠입니다. 더 앞서 평화롭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보기 보기 나쁘게 만든 것은 자연이 아니라,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이 하느님께서 보기 좋다 한 그곳을 더럽히고 파괴하며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조금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 말이죠. 결국 그것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환경 파괴는 사람의 욕심, 바로 그것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이고 누나이며 언니고 오빠인 자연 만물을 마치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것이 생각하고 자신의 욕심대로 사용하고 누리고 버린 우리 사람의 탓입니다. 

사실 과거엔 사람들 사이 친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싸우지 않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엔 백정이 도축을 할 때에도 스님이 독경하며 의식을 치렀습니다. 잡아먹을 가축이지만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고기 먹지 않아 살생의 죄가 덜한 스님이 찾아와 독경을 하며 위로하고 고마워한 것입니다. 미안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없습니다. 그냥 죽입니다. 새 먹으라 그냥 두고 꼭대기 과일은 새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었습니다. 이 땅 오랜 시간 민중의 벗으로 있었던 불교를 볼까요. 종소리는 멋이 아닙니다. 죽은 이후 명부 세계의 중생을 위하여 울립니다. 북소리를 모든 축생을 그리고 목어 소리를 물속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을 운판은 하늘을 하는 날짐승을 제도하기 위해 울립니다. 죽은 이와도 불교는 남이 아니고, 모든 축생과 물고기 그리고 새들이 모두 남이 아니고 더불어 있습니다. 참 멋지지요. 그저 시간이나 알리기 위해 종을 울린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내었다니 말입니다. 

과거엔 이와 같이 사람끼리 싸우지 않으면 너무 배부르게 먹지도 않고 먹어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또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요. 사람끼리 잘 사는 것뿐 아니라, 이젠 사람과 사람 아닌 모든 것과도 사이좋게 잘 살아야 합니다. 지금은 사람 사이의 윤리학, 즉 미시 윤리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아닌 모든 것 사이의 행복을 위한 거시 윤리학이 필요합니다. 사실 생태철학은 그저 사람 아닌 자연 만물을 가치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과거 혹은 어떤 이들은 이렇게 저렇게 자연과 조화롭게 산다는 것을 보면서 감탄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사람과 사람 아닌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윤리학, 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윤리학인 거시 윤리학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시급합니다.

아직도 사람만이 주인공이고 자연은 사람 앞에 놓인 낭만적인 감상거리 정도이거나 사람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자연은 아직도 사람에겐 그저 하나의 이용물 그 이상이 아니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마음대로 사용하고 버리면 그만이란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생각은 나 아닌 모든 존재를 그저 그렇게 보게 만듭니다. 결국 나 아닌 모든 존재는 쓰고 버리면 그만인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슬프게 말입니다. 나 아니라면 사람이든 돌이든 풀이든 말입니다. 이 모든 것들도 결국 나 아닌 존재일 뿐이니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이죠. 결국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윤리학은 나와 나 아닌 것의 윤리학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 아닌 것에 대한 철학적 관심인 생태철학은 거시 윤리학이 됩니다. 이젠 사람들끼리 착하게 사는 것으로 평화가 오지 않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과거엔 사람들끼리 착하면 평화로웠습니다. 지금보다 나는 나 아닌 것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고기 하나를 먹어도 미안해하고 고마워했습니다. 너무 배부르지 않게 그렇게 살았습니다. 사람끼리 다투지 않으면 평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젠 사람 주변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이 죽습니다. 자연이 죽는 공간에 사람도 살지 못합니다. 환경이 무너져 해수면이 올라오고 점점 더워져 지금의 기후에 적응한 동물과 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 사람도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이젠 사람과 자연의 사이도 좋아야 합니다. 더 늦지 않게 말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모든 것, 가난한 이들, 저 들의 마른 꽃 그리고 졸졸졸 흐르는 냇가의 물 하늘을 나는 새, 이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하느님이 아름답다 한 바로 그것을 바라볼 수 있다면, 거시 윤리학은 단지 말이 아니라 우리 삶이 될 것이라 믿어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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