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형제이고 자매란 말은 어려서 개신교회를 다닐 때부터 들은 말입니다. 그런데 실천이 참 어려운 말인가 봅니다. 형제자매라고 하지만 더 앞서 보이고 싶고 더 두드려져 보이고 싶은 것이 또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에 때론 상처를 받고 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린 나 하나의 좋음과 나쁨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한계 속에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데 모두에게 나쁘면 힘들고 그냥 나 혼자 좋은 것을 하는 편을 선택하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친일파를 봅시다. 자기에겐 참 좋으니 이웃의 나쁨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기심은 더 가지고 더 강해지고 더 고개를 들고 다녔지요. 그런데 신앙이란 그래선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힘들어도 나 홀로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더불어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신앙이라 생각합니다. 종교란 그저 마음의 평화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종교라면 사회적 정의에 등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정의에 앞장서면 앞장섰지 사회적 불의에 앞장서지 않으며 남의 불행으로 성장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제대로 된 종교라면 그렇고 제대로 된 종교의 신앙이라면 그러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종교라면 그리고 신앙이라면 친일파 신앙이란 있을 수 없단 말입니다. 홀로 더 좋음의 신앙이란 없단 말입니다. 항상 더불어 좋음을 생각하고 단순한 그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합니다. 그 실천의 애씀만큼이나 하느님도 기뻐하시겠지요. 하느님께선 그저 똑똑한 사람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인가를 우선되어 생각하시고 바라니 말입니다.
그런데 불행히 우리의 역사엔 홀로 있음의 거짓 신앙이 있어왔습니다. 유럽인 유대인을 죽이던 신앙인도 있고, 인종차별에 앞장선 신앙도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일파 신앙도 있고 독재자의 편에선 신앙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유럽도 지금 우리도 그 홀로 있음의 신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채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완전히 홀로 있음의 신앙이 우리에게서 사라졌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도처에 아직도 남아있고 아직도 제법 강합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참된 신앙은 아니란 사실입니다. 절대로 그것은 제대로 된 신앙이 아닙니다.
더불어 있지 않은 신앙은 신앙이 아닙니다. 아프고 힘든 이들과 더불어 있어야 하고 이 땅의 눈물과 더불어 있어야 합니다. 종교나 사상이나 계층을 따지지 않고 우선 그 아픔을 보고 그 아픔의 옆에서 더불어 울어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말 형제자매로 이웃을 대하는 것이고,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이 땅의 몇몇 개신교회 형제자매께서는 이 혼란기에 마스트로 없이 대면 예배를 드리며 병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예배 중에 자신들을 지켜주실 것이라며 말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예배 이전에 한 사회에 악이 되어 있는 무리를 먼저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 더불어 살고 있는 이에 대한 사랑 없는 종교를 보시며 하느님은 기뻐하시지 보다는 아파하실지 모릅니다. 더불어 있지 못한 신앙은 아직도 우리의 곁에서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모두를 형제자매로 안고 더불어 있을 수 있는 종교는 없습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애씀 없이 더불어 살겠다는 말도 형제자매라는 말도 그저 공허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직도 우리 가운데 이렇게 홀로 있음의 신앙이 있다는 것이 참 슬픕니다. 우리 각자 돌아보고 돌아봅시다. 우린 과연 더불어 있는가... 정말 제대로 더불어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그렇게 살아봅시다. 부끄럽지 않게...유대칠 암브로시오2020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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