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강학회

혀가 진짜 나는 아닙니다. (더불어 신학의 야고보서 읽기 12)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1. 20.

7 온갖 종류의 들짐승과 새와 길짐승과 바다의 고기들은 인류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으며 사실 길들여진 것입니다.

8 그러나 어떤 사람도 혀를 길들일 수는 없습니다. 혀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고약한 것이며 죽이는 독약으로 가득 찬 것입니다.

9 혀로써 우리는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양하기도 하며 같은 혀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인간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10 같은 입에서 찬양과 저주가 나오는데, 나의 형제 여러분, 그래서는 안됩니다.

11 도대체 샘이 같은 구멍에서 단물과 쓴물을 솟아나게 할 수 있습니까?

12 나의 형제 여러분, 무화과나무가 올리브 열매를 내고 포도나무가 무화과를 낼 수 있습니까? 짠 샘물은 단물을 낼 수 없습니다.

(<야고보의 편지> 3장 7-12절)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길들여져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교육이 되며 홀로 막살지 아니하고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런데 혀는 그러기 힘듭니다. 더 많이 배우면 더 많이 가르치려 하고 더 많이 이기려 하고 더 많이 앞서려 합니다. 숨지 못하고 드러나지 못해서 난리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아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말하고자 합니다. 혀는 그렇게 길들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이 익히고 배우면서 더 홀로 살아가려 합니다. 더불어 살지 못합니다. 하느님을 찬양하고 가장 온전한 참됨이고 좋음이신 하느님을 따르겠다고 혀는 말하지만 그 혀는 이웃을 독하게 저주하고 모욕하고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것이 혀입니다.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하느님의 모상으로 이 땅에 있는 이웃을 알아보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그리도 간절히 당부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을 그리도 따르기 힘들어하는 것이 혀입니다. 말로는 이웃을 높이지만 또 그 혀로 무시하고 조롱하기도 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기도를 혀로 할 것이 아니라, 온 삶으로 해야 합니다. 혀를 이기기 위해 말을 아예 하지 않고 살겠다 생각하기보다는 혀가 아니라 온 삶으로 기도하며 살아야겠다 다짐하면 됩니다. 혀에서 기도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이웃을 사랑하자는 기도, 쉼 없이 몇 년을 하고 고백하기보다는 당장 실천하는 편이 더 간절한 기도이고 더 참된 기도입니다. 야고보는 앎보다 삶이 되는 신앙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천이 되는 신앙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무엇일까요? 혀로 하는 신앙, 뇌로 하는 신앙이 아니라, 삶으로 하는 신앙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혀는 곧 나의 아집을 의미합니다. 나의 아집이 죽어지면 나는 내가 죽어지는 줄 알지만 사실은 우리 가운데 더 진실한 나란 존재가 드러나게 됨을 알아야 합니다. 홀로 있는 나의 아집이 죽을 때 더불어 있는 참된 나가 드러납니다. 그 진정한 나는 이웃과 더불어 있을 때 드러납니다. 이웃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역동하는 그 나, 아집으로 고정되지 않은 그 역동성 속에서 드러납니다. 나만이 답이라며 절대 변하지 않을 생각으로 있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나의 온 삶이 그 시대의 아픔에 울고 있을 때, 나는 예수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우리 가운데 더불어 있는 나란 존재가 됩니다. 혀가 아무리 십자가를 말하고 하느님을 찬양해도 이웃의 아픔에 고개 돌린 삶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 가운데 더불어 있는 참된 나란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혀가 아니라, 온 삶으로 더불어 있으셔야 합니다. 온 삶으로 지금 이 시대에도 쉼 없이 이어지는 부조리의 아픔에 더불어 울어야 합니다. 다시 가난하고 힘겨운 이들을 봅시다. 혀는 그냥 불쌍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끝이 나서는 안 됩니다. 온 삶으로 움직여보세요. 작은 힘이라도 그렇게 실천해 보세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더불어 있어 보세요. 혀가 아니라. 삶으로 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1 20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이 책은 링크된 '부크크 서점'과 '예스 24' 그리고 '교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www.bookk.co.kr/book/view/94794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www.bookk.co.kr


유대칠,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www.bookk.co.kr/book/view/92628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w

ww.bookk.co.kr

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690705\

 

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www.kyobobook.co.kr

유대칠 <신성한 모독자>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5401217&orderClick=LOA&Kc=

 

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www.kyobobook.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