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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잡초가 그분 안에 머물듯이 (더불어 신학 요한 1서 읽기 8)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2. 21.

4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불법을 저지릅니다. 죄는 곧 불법입니다.

5 그분이 죄를 치워 버리기 위하여 나타나셨음을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 안에는 죄가 없습니다.

6 그분 안에 머물러 있는 이는 아무도 죄를 짓지 않습니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그분을 뵙지도 못했고 그분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요한 1서> 3장 4-6절)

죄를 짓는다는 것은 우리 안에 주어진 말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창조하며 나의 모습으로 나에게 준 그 자리에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길을 벗어났단 말입니다. 사실 그 자리를 지키고 애쓰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누구의 몫도 아니고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이 그리 어긋나게 창조하셨다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 보시기 좋은 세상이 그런 세상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름들이 더불어 저마다의 아름답고 다양한 색으로 번잡하지 않은 조화 속에 아름답게 머무는 그러한 세상이라 믿어 봅니다. 그 세상에서 내 아름다움의 몫은 나입니다.

죄, 그 아름다움에서 벗어남은 나의 탓입니다. 기어이 지키고 지켜야 할 내 아름다움은 나의 몫입니다. 그 아름다움이 나입니다.

어찌 그분 가운데 머문다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벗어날까요?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의 마음 때문입니다. 양심이 아닌 '욕심' 때문입니다. 일곱 색 무지개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저마다의 색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색이 자신의 색만을 고집하며 남을 지우고 자신의 색으로 채운다면 참 슬픕니다. 아마 지금처럼 조화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진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 색의 탓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색만으로 고집하고 싶은 것이 사람입니다. 또 그런 마음을 이겨야 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강한 사람 앞에서 강한 사람의 색이 답이라며 별생각 없이 따라가려는 것이 또 사람이고, 그런 마음 역시 이겨야 하는 것 또한 사람입니다. 결국 자기 안에 자기의 울림으로 아름다움의 색, 그 존재의 소리를 내며 우리 가운데 나 아닌 나인 너와 조화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남을 강제해서도 남에게 강제당해서도 안 될 나의 고유한 몫입니다. 바로 나입니다. 

그런 나, 이기심으로 혹은 아집으로 남을 없이 여기며 함부로 남의 색을 무시하고 자신의 색만을 고집하지 않는 나, 내 안에 양심이란 아름다운 소리에 충실한 나, 나만의 고유한 개성이란 아름다운 소리에도 충실한 나, 나의 첫 창조, 그 순간 나에게 주어진 그 길에 치열하게 고뇌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 책임지는 나, 나의 길에 책임지며 살아가는 나, 그런 나, 그런 나라면 그분의 품 안에 아름다운 나로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지만 자기 색을 잃지 않은 작은 잡초의 꽃송이처럼, 작아도 저 아름다움의 풍경 속 자신의 자리를 분명히 하는 어느 작은 잡초의 꽃송이처럼 말입니다.

저 작은 잡초가 자기 가운데 주어진 말씀에 충실하듯 나의 삶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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