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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간유대칠 2021 03 02)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3. 2.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생각을 하지만 결국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힘겨운 고민을 이어가지만 결국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어제의 고민이 오늘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의 고민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고민이 된다. 단지 이런저런 고민의 내용들이 달리 되었다 해도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다. 왜일까? 왜 많은 생각을 하지만 결국 크게 달라지지 않은 틀 속에서 여전히 아파하는 것일까? 그것은 나의 삶을 내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남들, 사실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수많은 남들의 시선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옷을 입으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결국 남의 시선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주 사소하고 쉬운 시선의 힘이다. 직장과 진로에서 남의 시선은 종종 생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정상이란 생각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정상인지 그렇게 깊이 고민하지 않고 남들이 그것이 정상이라 말한 것을, 어쩌면 명령한 것을 정상이라 믿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것을 명령한다. 그 명령 속 나는 아프고 힘들고 괴로울 수 있지만 그 명령의 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나로 만들어진 혼돈은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여럿의 혼돈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계속 괴로운 모양으로 살거나 아니면 그것을 벗어난 곳으로 가 도피 생활을 수도생활이라며 하기도 한다. 때론 명령에 이미 익숙해져 스스로도 그 종살이를 하며 생각 없이 살기도 한다. 

나는 누구인가? 많은 이들은 이 물음에 답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답에 충실한 무엇이 되려 할 것이다. 충실의 끝은 이미 힘겨운 일이지만 그 답을 안다는 것으로도 편안함을 누릴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당장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 많은 경우 권위에 의하여 강요된다. 무엇이 정상인지 강요되듯이 권위에 의하여 강요된다. 때론 타인의 시선에 의하여 강요된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강요되는 곳에서 나의 행위도 이미 강요된다. 스스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결정하는 듯 하지만 사실 나의 행위들도 결정되어 있다. 고민을 아무리 해도 결국 마지막 순간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는 초라하고 작아진다. 

지방대학생이란 이름엔 그저 누구인가에 대한 사실 확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 길을 결정 지워버린다. 그 결정을 이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노력으로도 결국은 타인의 시선에 고개 숙이는 또 다른 방식을 얻을 뿐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 질문으로 얻어지는 답은 또 다른 구속이 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 보다는 지금 자신의 욕구에 조금은 더 충실하게 해 준다. 타인의 시선에 주어진 나는 무엇인가라는 답에 구속됨보다 조금 더 편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 이루어짐을 향한 노력 자체가 이미 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으로 나는 권위와 타인에 의존하는 답이 아닌 나 스스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그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혹시나 나는 이런 사람이란 정해진 틀 속에서 기계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타인의 시선과 권위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롭게 자신을 돌아보자. 그 자기 배려의 시간이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할 것이다.   

유대칠 

2021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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