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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유대칠

서재 이야기 1- 나로 가득찬 공간 (일간유대칠 2021 03 20)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3. 20.

내가 사는 마을의 이름은 서재다. 서재는 조선 시대 도여유 선생의 호에서 나온 이름이다. 서재 도여유 선생의 호인 서재가 마을의 이름이 된 것이다. 서재라는 마을은 금호강이 흐른다. 그리고 와룡산이란 작은 산이 올라와 있다. 금호강과 와룡산 사이, 금호강과 누운 용 사이 서재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은 아주 작다. 크지 않다. 그 서재에 나의 공간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서재 거의 중앙에 있는 작은 공간인 오캄연구소다. 작은 상점들 사이로 간판도 팔려 있는 곳이다. 이웃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그런 작은 중세 철학과 한국철학 연구의 공간이 바로 오캄연구소다. 이곳에서 쓰인 칼럼들은 앞으로 <가톨릭 일꾼>에 연재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매일 적은 묵상들은 새벽 막상을 메모한 것을 이곳에서 글로 적은 것이 많다. 그렇게 이곳은 나의 글 공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간은 우리 가정이 머물고 사는 우리 집, 나의 작은 서재인 허수당이다. 허수당은 20대부터 나의 서재에 대한 나의 명칭이다. 20대엔 서재이며 나의 침실이었고 결혼 이후 언젠가는 마을 아이들 과외를 하던 과외 방의 역할을 수행했고 학원 강사와 과외 선생을 할 때는 그곳에서 강의를 준비를 하며 프린트를 만들기도 했다. 그곳에 숙제를 하다 모르는 아이들의 질문 카톡을 하나하나 답하기도 하였다. 남들이 보면 지저분라고 정리되지 않은 곳이지만 사실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곳이 바로 나의 서재다. 

2020년 유튜브도 모든 서재에서 만들어졌고, 나의 책들인 <신성한 모독자>, <대한민국 철학사> 등도 모두 나의 서재에서 만들어졌다. 내가 발표한 20편의 논문들도 모두 나의 서재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서재는 곧 나다. 나의 서재 나의 책상 위에 무엇이 있는가가 지금 그 시간의 바로 나이다. 이곳에서의 노동으로 나는 돈을 벌고 이곳에서의 노동으로 나는 책과 논문을 쓰며 이곳에서의 노동으로 나는 내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곳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곳, 내가 나오 쉼 없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 나는 누군가의 가장이라 돈을 벌기도 해야 하고 또 철학 노동자이기에 철학 책과 논문들을 쉼 없이 작업해야 하기도 한다. 

'오캄연구소'라는 작은 서재도 '허수당'이란 나의 서재도 곧 나의 지금이다.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나의 지금을 기록할 생각이다. 서재라는 마을 속 나의 서재 두 곳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할 생각이다. 

서재는 남들의 눈엔 쓸데없는 곳이다. 괜히 다 읽지도 못한 책들을 가득히 쌓아두고 개폼을 잡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곳에서 멋을 잡는다고 해서 보아주는 이도 없다. 그리고 나는 가장 편한 차림으로 작업을 하기에 멋과는 거리가 멀다. 서재는 책이 있는 곳이다.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되고 전자 문헌들이 가득한 세상엔 서재라는 개념이 약해진다. 노트북 하나도 책을 읽고 글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나는 종이로 된 책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이다. 그냥 논문을 읽을 때도 나는 종이에 프린트를 해서 읽을 때가 가장 잘 읽힌다. 그냥 화면으론 아직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 아직 나는 낙서하듯이 메모하며 읽어야 하고 노란 색연필로 줄을 그르며 읽어야 논문이 읽힌다. 아직 나는 그렇다. 아직 나는 노트북 속 서재보다는 현실 서재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 서재는 막상 나의 가까운 사람들에겐 방해의 공간일 수 있다. 방 하나를 쓸데없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서재를 통하여 살아가는 나는 이 서재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깊어진다. 아마 페이스북으로 나를 만나 알게 된 이들이라면 서재에서의 나를 만난 사람일 것이다. 나의 책이나 논문으로 나를 아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한때 너무나 깊은 우울감에 그냥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갈 때, 서재는 유일하게 내가 마음 편하게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나를 살렸다. 그런데 막상 그 서재를 기록하지 못해 미안하다. 

공간이란 그냥 비워진 곳 같지만 사실 비워져있지 않다. 그 속엔 온갖 추억들과 노력들의 시간들이 녹아들어 화석이 되어 머물고 있다. 그 공간에 들어서면 그 시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재된 바로 그 공간 속에서 과거가 되고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된다. 과거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며 과거가 되기도 하고, 과거 내가 읽은 책을 읽으며 그 책을 처음 만난 인연의 시간 속에서 과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죽으라 읽으며 저자와 다툴 때는 현재가 되기도 하고, 그 다툼으로 얻은 것을 적어가는 동안도 현재가 되기도 한다. 또 앞으로 무엇을 적고 읽을지 준비하며 나는 미래가 되기도 한다. 서재라는 공간은 이와 같이 그냥 공간 같아 보이지만 사실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재한 곳이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로 가득한 곳이 바로 나의 서재다. 물론 서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공간들이 바로 그러할 것이다. 남들이 모르는 진짜 나는 바로 서재가 아닐까 싶다. 어디에도 쓸데 없는 곳이지만 어딘가엔 너무나 소중한 곳, 바로 그런 곳이니 말이다. 

유튜브로 중세 철학사 강의를 시작하려 한다. 수강하시려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될지 걱정이다. 아마 그 강의의 녹화도 나의 서재 허수당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격주로 강의는 진행되며 한달 수강료는 2만원 ㅎㅎ 신청은 summalogicae@kakao.com이다. 기초 없어도 상관 없다. ㅎㅎ 서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마지막은 서재에서 4월부터 시작할 일을 광고하기도 한다. ㅎㅎ 이곳도 서재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2021 03 20 

유대칠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이 책은 링크된 '부크크 서점'과 '예스 24' 그리고 '교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www.bookk.co.kr/book/view/94794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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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www.bookk.co.kr/book/view/92628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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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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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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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신성한 모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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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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