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멀리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여라”라고 했습니다. 여러 성경의 구절들이 떠오릅니다.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도 떠오르고 예수님 바로 그분이 사랑이란 말도 떠오릅니다. 예수께서 하신 거의 모든 말씀은 어쩌면 서로 사랑하는 말로 정리될 수 있도 있을 듯합니다. <모든 형제들>은 바로 이 구절을 풀이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물리적인 거리와 무관하게 어디에 태어나 어디서 살고 있는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알아보고 가치를 인정하며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열린 형제애의 핵심을 표현했다.”(1항)
저는 저의 신학을 ‘더불어 신학’이라 부릅니다. 더불어 신학이 하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리적 거리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상관없이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더불어 있기 위해선 우선 모두가 서로가 서로를 같은 사람으로 알아봐야 합니다. 한때 사람들은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식민지 사람들을 제국주의 유럽과 일본은 얼마나 잔혹하게 학대하고 힘들게 하였습니까. 사랑해서 그렇다는 말로 식민지 사람들의 미래는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는 말로 얼마나 잔혹한 폭력을 가했는지요. 그런데 그것은 진짜 사랑이 아닙니다. 진짜 사랑한다면, 자신이 그들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게 응원하고 벗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모든 형제들>은 바로 그 정신을 먼저 보여줍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람으로 알아보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를 사랑하며 내어주는 것은 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자리에 두는 마땅한 일입니다. 내어준다면서 더 높은 자리를 요구하거나 더 대접받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보는 평등의 관계에서 가능합니다. 모두가 형제로 하나 되어 있을 때, 그때 참된 의미의 사랑이 가능합니다.
가진 것이 없으니 이것이라도 받으란 식으로 땅바닥에서 먹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평등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이 아닙니다. 가진 것이 없으니 더 고개 숙이라고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진 것이 없다는 이유로 깊은 상처를 받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들을 향한 사랑은 신앙 그 자체 녹아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웃을 나와 같은 형제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음으로 가능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사람과 그의 이용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땅의 많은 자본가들을 봅시다. 그들은 자신만 사람이고 노동자는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니 사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얼마나 공부했는지, 출신과 학벌로 사람을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차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하고 기억합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되고, 그 어떤 것의 수단으로 사용되어도 안 되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나와 다른 이들을 만나도 그들의 종교가 무엇이든 그들의 문화와 사상이 무엇이든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고 그 만남 가운데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실한 사랑은 오직 그 가운데 가능할 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2021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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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이 책은 링크된 '부크크 서점'과 '예스 24' 그리고 '교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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