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다.
결국 부조리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역사를 만든다. 누군가의 지휘가 아닌 민중의 분노가 터져 나올 때 역사가 만들어진다. 그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하나 되어 분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 분노는 작게 작게 쪼개 버리는 것이다. 자신들의 힘보다 작게 말이다. 그렇게 작게 작게 쪼개어진 분노, 서로 다른 생각이라도 그 부조리를 향하여 소리치며 손을 잡지 못하는 분노는 저 큰 힘을 이기기 힘들 것이다 그 큰 힘은 지금도 이 땅 민중의 분노가 하나로 크게 되지 않게 쪼개고 쪼갠다.
정치인이지 지식인이니 다 그 이름으로 주체가 되어선 안 된다. 그 이름으로 주체가 되면 그 자리에 민중은 없다. 그들에게 의지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의지하면 그들 자신만이 답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생각이라도 하나의 분노 속에 있다면 손 잡고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분노해야 한다. 그때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될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두려워 민중의 분노를 쪼개고 쪼갠다. 더불어 있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말이다.
자신에게 힘만 있으면 모든 것을 바르게 만들겠다는 정치인의 말도 믿지 마라. 착한 독재자가 되겠다는 말도 결국은 독재자가 되겠다는 말이다. 자기 지식으로 민중을 훈계하고 무시하는 지식인의 말은 더욱더 믿지 마라. 그냥 그것으로 즐거움을 누리는 이들이다. 정치인도 지식인도 심지어 종교인도 이 땅 부조리의 아픔을 알지 못한다. 4.19는 그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혁명이 아니다. 민중의 힘으로 하나 된 더불어 있는 민중의 힘으로 이루어진 분노로 만들어진 혁명이다. 민중이 주체가 되어 이룬 혁명이다.
기억하자! 강한 주체가 되어 나를 지배하겠다는 이도 믿지 말고 똑똑한 주체가 되어 나를 지배하겠다는 이도 믿지 마라. 우리 자신을 믿고 우리의 분노를 믿자. 그리고 더불어 잡은 손을 더욱더 힘주어 잡고 분노하자. 그때 우린 힘겹게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4.16 세월호의 비극, 그 비극 속 분노는 어느 정치인을 향한 지지가 아닌 거짓과 부조리에 대한 민중의 하나 된 분노였다. 그 촛불을 자신의 지지로 믿는 정치인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역사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노를 조롱하며 시간이 지나면 잊히리라 생각한 정치인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역사 앞에 사죄하고 역사의 뒤로 사라져야 한다. 민중은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주체로의 자기 권리에 따라 당당히 분노해야 한다. 끌려 다니지 않아야 한다. 4.19 그 날 우리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되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 혁명에 조금이라도 게으르다면, 그 더불어 있음에 조금이라도 게으르다면, 다시 그들은 힘으로 자신들만의 세상을 열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치열하게 다투며 더 나은 답을 향하여 애써야 한다. 하지만 하나 된 분노의 힘을 분열시키지 말자. 부디! 그때 그들은 다시 우리의 주인이 되어 돌아온다.
2021 04 19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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