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 고난을 모르는 자의 경험이 아니라 없는 자, 고난 중 부재를 경험한 자의 철학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철학사> 225쪽)
이런저런 유명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안다고 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나의 삶은 또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지금 여기 나에게 찾아온 고난의 옆에 더불어 있지 않은 철학이라면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나에게 무슨 '뜻'을 이루겠는가? 철학의 주체가 고난의 주체일 때 그 철학은 고난 속에서 울고 분노하며 무엇인가를 토해낸다. 고상한 대화의 수단이나 지적 허영의 수단이 아닌 자기 삶의 치열함 속에서 나온 철학으로 다가온다. 바로 그것이 나에게 뜻으로 다가오는 철학일 것이다. 유명 철학자의 그럴듯한 이름보다 더 소중하고 뜻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철학이다. 개똥철학이라 불려도 상관없다. 철학 아니라 불려도 상관없다. 누군가의 철학을 안다고 내 삶에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개통 철학이라 불려도 나의 삶에 뜻으로 다가오는 철학이 더욱더 절실한 세상이다. 그저 지적 허영과 유희의 철학보다 나의 고난 속에서 치열하게 궁리하며 나의 삶으로 드러나는 그 철학이 나에겐 더욱더 소중하다. 그리고 그 철학을 위해 유명 철학자들의 철학도 참고서 삼아 보는 것일 뿐이다.
철학은 지식의 사랑이 아니라 지혜의 사랑이다. 지식이 없어도 지혜로울 수 있다. 학력 하나 없어도 충분히 지혜로울 수 있다. 학력 대단해도 지혜롭지 못할 수 있다. 지식은 지혜의 수단일 뿐이다. 철학은 지식의 사랑이 아니다. 지혜의 사랑이고, 고난 속 나에게 찾아온 지혜의 사랑이라 믿는다.
유대칠
2021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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