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철학사 읽기

너와 더불어 있을 때 나에게 양심이 찾아온다. (대한민국철학사 읽기)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4. 21.

"나다운 '나'로 있을 수 있는 터가 '우리'라는 전체 안이다. 양심도 홀로 있는 나에게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라는 전체 가운데 '너'와 더불어 있는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판단의 주체는 홀로 있는 '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라는 전체 가운데 주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철학사> 25쪽)

더불어 철학에서 아주 중요한 말이다. 나를 돌아보면 나는 항상 너들과 더불어 있었다. 나만이 홀로 있던 시간보다 나의 소중한 순간들이 나는 항상 너들과 더불어 우리 가운데 있었다. 맞다. 쓰디쓴 이별의 아픔 속에서 너는 나에게 나를 버린 연인이었고 사랑의 기쁨 속에서 너는 나에게 소중한 연인이었다. 네가 무엇으로 나에게 다가오든 나는 너와 더불어 우리를 이루며 그 우리 가운데 나로 살았다. 우리라는 전체 가운데 나는 너와 더불어 있었다. 양심이란 것도 나만이 홀로 있는 곳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너와 더불어 있는 곳에 주어진 것이다. 

너 없이 나만이 홀로 도도하고 고결한 양심을 이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양심은 항상 더불어 있음으로 속에서 나에게 다가오고 다져진다. 너 없는 양심은 나를 차갑게 한다. 너 없는 자리에서 나는 부끄러움이 없다. 부끄러움 모르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잔혹한 악행으로 약한 이를 죽이고 그들의 것을 빼앗아도 부끄럽지 않았다. 그들에게 약한 이는 자신과 더불어 있는 네가 아니었다. 그들은 오직 자신만 홀로 있을 뿐이었다. 홀로 자기 강함에 도취되어 자기 자유만이 자신의 온 존재인 듯 이 살았다. 그 홀로 자유로움 가운데 주체가 완성된다 착각했다. 그 주체에 너는 없다. 오직 홀로 있는 나뿐이다. 

프랑스는 2021년 2월 프랑스 내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통제를 법으로 정하였다. 극단주의에 대한 통제라지만 그 속엔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이 녹아들어 있다.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그림을 교재로 사용한 교사가 테러를 당하자 일어난 일이다. 모두가 비극이다. 아니 어쩌면 무함마드와 같은 종교적 의미가 강한 이를 조롱하는 그림을 교재로 사용하거나 이를 언론의 자유라며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유럽의 현실, 이슬람을 향한 그 폭력에 대하여 자기 반성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슬람교도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볼 필요도 있단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속에서 자기만을 바라본다. 이런저런 듣기 좋은 수사와 논리로 자신을 정당화하지만 결국 프랑스는 이슬람과 더불어 있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 잔인한 예를 들어보자. 어딘가에서 예수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학생들의 수업 교재로 사용한다면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며 예수를 조롱하는 그림을 언론이 부끄러움 없이 공개한다면 유럽의 많은 그리스도교인은 아무 문제없다 하였을까. 지금 그곳에 이슬람은 네가 아니며 네가 아니기에 우리 가운데 더불어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유럽에 살고 있는 무슬림 40%는 주택을 구하거나 직장을 얻고자 할 때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한다. 무슬림이 이슬람교가 너가 아니기에 우리 가운데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2020년 유럽의 극우 집단에선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을 태우겠다며 공공연히 소리를 내고 있다. 부끄러움이 없다. 그들에게 양심은 유럽인들 사이에 통할뿐이다. 만일 그들의 종교 경전인 성경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겠다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까. 그들은 오직 홀로 주체로만 살아왔을 뿐 더불어 살지 못했다. 나만이 나를 생각할 뿐 너에게 너인 나를 생각하지 못했다. 너가 없다. 나만 있다. 그들에겐 말이다.

참된 주체는 더불어 있어야 한다. 그 더불어 있음 가운데 양심도 자란다. 너와 더불어 우리를 이룰 때 양심도 너의 앞에서 나를 움직인다. 제대로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식인의 지적 우월감에 민중에게 너로 다가가지 못하고 선생짓하려 했다. 더불어 있지 못하고 홀로 있는 선생의 훈계질은 그냥 꼰대질일 뿐이다. 갑질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더불어 하나 됨이다. 서로 달라도 상관없다. 이슬람이든 불교든 힌두교든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저마다의 고유한 본성을 유지하며 동시에 더불어 있어야 한다. 그 더불어 있음 가운데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 가운데 너일 때, 참된 너일 때, 나는 너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때 양심은 양심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양심 가운데 나는 너와 더불어 우리 가운데 더욱더 온전한 나로 있게 될 것이다. 

유대칠

2021 04 21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690705

 

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www.kyobobook.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