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보편 지혜인 철학을 개체화하는 원리이다." (대한민국철학사 368쪽)
나의 고난은 나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과 구분시켜 나로 존재하게 하는 나를 개인으로 만드는 힘이고 원리다. 나의 고난에 집중하고 집중하는 것은 더욱더 단단한 나로 존재하기 위한 애씀이다. 고난을 피하면 나는 나로 있지 못한다. 고난을 온전히 남의 손으로 해결하려 하면, 그것도 나의 존재를 식민지로 만들어 버리는 셈이다. 더욱더 치열한 나로 존재하기 위해 나는 나의 고난으로 개인이 되어야 한다.
철학은 보편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보편의 지혜는 구체화되지 않는 한 그저 지식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에도 쓸모없다. 지적 허영의 수단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그 철학이 보편이 아닌 구체적 생명이 되게 하는 것은 나의 고난이다. 그 고난에 뜻을 머금도 다가오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나의 삶에 철학은 뜻을 이룬다. 철학의 순간이 내 삶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 철학의 보편적 지혜가 나의 고난으로 구체화되어 나의 삶으로 드러난다. 고난을 모르는 철학, 나의 고난에 어떤 구체적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 철학은 그저 지식 조각이다. 누군가의 기호품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무 쓸데없는 말장난일 수 있다.
한국철학은 한국이란 이 순간 이 공간 바로 여기를 채우는 고난에 응답하여 구체화는 보편적 지혜 라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무엇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말장난이나 지적 허영의 수단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선진국에 있으니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진 이상한 괴물이다.
대학의 철학과, 과연 우리 민중에겐 얼마만큼의 필요가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한국사람의 삶에 구체화되어 드러날 그런 지혜로의 한국 철학은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을까... 사라지고 죽어지고 있는 이 땅의 철학과... 그 죽음에 민중은 슬퍼하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철학과의 사라짐은 쓸데없는 것이 정리된 청소일까... 비극적인 살인일까...
유대칠
2020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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