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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

'대자연'과 '사람'의 더불어 살기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8. 25.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 1968-)이라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진짜 현대 철학자죠. 모턴은 '지구온난화'를 '거대한 사물'(hyperobject)이라고 합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문제는 단지 하나의 원인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상당한 복잡한 원인들과 결과들의 인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쉽게 이해하기 힘들죠. 그렇게 쉽게 이해하기 힘들기에 지금 여기 있는 일로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당장 누군가 돈을 빼앗기 위해 달려온다면 오히려 이해하기 편하죠. 너무 잘 이해해서 그 일이 지금 여기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압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핵실험도 그와 같죠. 사실 이해하기 힘듭니다. 여러 나라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해야 하고 또 그 나라마다의 내부적 상황도 이해해야 하죠. 그리고 그 실험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가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핵실험은 이해하기 힘든 '거대한 사물'입니다. 이런 '거대한 사물'은 이해가 힘들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와 함께 바로 여기에 진행 중입니다. 막연하게 두려운 무엇이란 생각은 들지만 왠지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일인 듯이 느껴진단 말이죠. 두렵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겠지만 말입니다. 

최근 뇌에 대한 연구 결과물들도 그렇고 우주에 대한 이해도 그렇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통해 보면 우린 너무 우리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다윈이 쓴 <종의 기원>을 읽으면 다윈은 '진화'가 '진보'라고 하진 않습니다. '진화'는 단일한 방향을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만일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진화라면 진화에도 등수가 있을 것입니다. 누가 우등하고 누구는 열등하고 말이죠. 그러나 다윈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가장 진화를 많이 해서 우등하고 다른 동물과 식물은 하등 하여 열등하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렇지요. 각자 자신이 더불어 있는 환경에서 생존한 종들이 그 종들 사이에 등수를 내긴다는 것이 적절하진 않을 것입니다. '활유어'는 원시 척추동물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멸종되지 않고 그렇다고 큰 변화도 없이 과거의 모습을 대체로 그대로 간직하고 있단 말이죠. 그러면 열등한가요? 그렇게 오랜 시간 활유어는 자신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생존해 왔는데 말입니다. 활유어는 얼굴도 없고 심장도 없고 감각기관도 없습니다. 어찌 보면 척추 역할을 하는 막대에 소화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하나 달려 있는 수준이죠. 감각기관이 없어서 맛도 모르고 색도 소리도 모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맛도 모르고 그냥 별여진 입으로 흡수해서 배설할 뿐입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기 위해 생각하는 일도 없고 음악을 감상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절대 하등 하지 않습니다. 생각 없이 감각 없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척추동물의 시작은 그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재도 우리의 뇌와 같은 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신경 세포가 결집한 신경절을 두고 뇌로 여기기도 하지만 우리가 아는 포유류의 뇌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가재는 고통을 느끼는가에 대한 논의가 생물학계에 있는 것이죠. 뇌가 없어도 아픈가입니다. 우린 뇌가 있어서 너무 당연한데 말이죠. 당연히 때리면 아프죠. 그 이외 기생충이나 해파리와 같은 동물들도 모두 뇌가 없습니다. 생각이 없단 말이죠. 그래도 잘 삽니다. ㅎㅎ 심지어 기생충이나 해파리는 우리를 때론 죽이기도 하죠. ㅎㅎ 진화론 이전엔 신이 신의 모상으로 창조한 존재가 우리 사람이기에 우리 사람이 가장 우등하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진화론 이후엔 진화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진화해서 사람이 가장 우등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막상 다윈과 진화론을 지지하는 유대칠과 같은 철학자 ㅎㅎ는 진화론을 진보로 이해하지도 않고 등수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단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사람의 월권인 것이죠. 

스스로 자신만이 가장 우등하다고 하고 스스로를 다른 자연 만물과 구분시키곤 자연의 남이 되어 버립니다. 자연의 남이 되어서는 자연을 관리하고 소유하고 그러다 실패하니 이젠 보호한다고 하죠. 그러나 우선 깨우쳐야 하는 것은 자연의 남으로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사람과 사람 아닌 모든 것도 자연이란 거대한 우리 가운데 더불어 있는 존재들입니다. 가장 우등하다면서 사실 지구 상에서 가장 나쁜 존재가 사람입니다. 이쁜 옷을 입기 위해 동물을 죽이고, 취미 삼아 죽이고, 더 많이 먹으려고 죽이고 말이죠. 개 도살장에서 이루어지는 너무나 잔혹한 살육을 보면 사람이란 존재는 정말 사람만을 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이것이 가장 우등한 존재의 모습일까요? 아무리 무서운 독을 가진 뱀도 다른 동물을 멸종시키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힘을 가진 곰과 코끼리라도 다른 동물을 멸종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가장 우등하다는 사람은 다른 동물을 멸종시킵니다. 그렇다고 정말 사람이 자신의 이성으로 지금 지구에 일어나는 이 위기들을 온전히 대처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구온난화, 그렇게 우등하다는 사람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에 막상 그 위험이 다가와 진행 중이지만 잘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남으로 있으며 남의 일 보듯 볼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도 고통받고 있는 많은 존재들을 봅시다. 당장 북극곰을 봅시다.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 남의 고통 구경하듯이 하지 맙시다. 지구온난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면, 느낍시다. 지금 지구에 일어난 이 재난 속에서 느낍시다. 그 일은 후손에서 일어날 재앙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표르트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 크로포트킨이 밝힌 자연의 법칙과 진화의 요인>이란 책이 생각납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우린 서로 도와야 합니다. 우린 자연의 남이 아닙니다.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대칠,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이 책은 링크된 '부크크 서점'과 '예스 24' 그리고 '교보' 사이트에서만 구매 가능합니다.)

www.bookk.co.kr/book/view/94794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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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www.bookk.co.kr/book/view/92628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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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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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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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 <신성한 모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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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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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din.kr/p/EPxgH

유대칠의 <일반 형이상학 입문>

 

일반 형이상학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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