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시안 데스프레(Vinciane Despret, 1959~)은 어떻게 동물과 더불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지 다양한 연구를 했다. 양에게 의견이 있다고 그는 이야기하고 동물 세계의 주체성 형성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제대로 동물에게 질문한다면 동물은 무엇이라 말할지에 대해서도 연구하였다. 우린 너무나 쉽게 대상을 자기 관념 속에서 의도성 있는 질문을 한다. 물론 더 슬픈 것은 그 질문이 의도성을 가지고 있는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이 사람처럼 생각하는가? 양은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양이 아니라서 나는 양이 사람처럼 생각하는지 아닌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아마 분명히 양은 사람처럼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뇌의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 하여도 양의 양이고 사람은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양은 양처럼 생각할 것이다. 내가 양처럼 생각하지 못하듯이 양도 나처럼 생각하지 못하고 양은 양처럼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데스프레의 말처럼 양도 생각을 하고 자기 의견을 가질 것이다. 단지 우린 그렇게 양에게 질문하거나 만나지 않은 것이다. 경쟁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강자의 세상이라는 잔인한 진화론, 물론 진화론도 다양하지만, 하여간 잔인한 진화론에서 과연 사람은 최고의 위상을 가진 존재이며, 가장 진화된 존재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어쩌면 이 세상을 경쟁의 구조 속에서 이해하려 할 것이다. 경쟁하고 이겨라! 그가 승자다! 결국 사람은 생각의 능력이 있으니 가장 승자이듯이 생각으로 더 승리하고 더 강해져랴!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이 지구를 가장 힘들게 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다윈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세상을 경쟁의 구조 속에서 보려는 이들에게 큰 근거가 되었다. 과거 창조론에서와 다르지만 결국 사람 중심의 사고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크로포킨트(Alexeyevich Kropotkin, 1842-1921)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동물을 경쟁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 이타성과 연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지금도 이 두 가지 시선이 함께 있다. 그런데 우린 경쟁의 시선에 조금 더 익숙하다. 무엇인가 하려면 돈이 되어야 하고 무엇인가 하려면 권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이겨야 한다.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가 몇 등인지를 판단하고,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도 판단하며. 외국어 점수는 얼마나 되는지로 판단한다. 참 슬픈 시선이다. 이런 시선으로 우주를 보면서 우리 사람이 가장 진화된 존재, 이 우주를 지배할 존재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되어 다른 동물들에게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질문을 하고 그들을 생각 없다고 평가해 버린다.
나의 오캄연구소 옆 나를 보면 멍멍멍 소리 지르는 강아지 파도는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대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생각 없고 언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 그의 방식으로 그의 뇌로 생각하고 그의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단지 나는 사람의 눈으로 그를 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 개란 존재의 시선에서 묻거나 답하기 보다는 사람의 시선에서 묻고 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나 스스로 내 마음대로 저 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상상해 버린다. 지금 파도의 관심과 생각은 나와 처음부터 다를 수 있다. 어쩌면 나는 파도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파도의 관점에서 파도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얻어야 했을 것이다. 너는 나와 같은 모양으로 생각하지 못하니 너는 실패한 존재라거나 너는 나와 같은 모양으로 생각하지 못하니 너는 나에게 도구로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나... 하여간 어디든 서글프다.
지금은 동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사람에게만 있다 생각한 이타심이 그들에게 있고 사람에게만 있다 생각한 유희도 그들에게 있다. 단지 우린 그들에게 그들의 방식으로 접근해 묻고 대화하지 않아 이제까지 알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철학을 할 때 중시하는 한 가지... 나의 밖 너는 항상 신비다. 나는 너를 알 수 없다. 너를 함부로 규정하지 않겠다. 지금 여기에서도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렇게 정당하게 동물에게 다가갈 때 우린 동물과 더불어 제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수단으로의 동물이 아닌 나와 같은 생명으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겠다.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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