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불어존재론

윤동주의 위로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18. 9. 23.

위 로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뒷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놓았다. 옥외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보기 바르게――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윤동주 


(아래 오디오는 저가 그냥 녹음한 것입니다.)


오늘 거미 한 놈을 죽었습니다. 그냥 저의 머리 위로 스쳐지나다 떨어졌는지 그만 저의 머리 쪽으로 떨어진 놈에게 놀란 나는 그냥 녀석을 너무 힘차게 때렸습니다. 놈은 죽었습니다. 순간 미안합니다. 이 놈이 노-란 날개의 나비를 죽인 것도 자연의 이치일지 모르는데... 윤동주 시인의 아픈 마음에 나쁜 녀석이 되어 그려졌지만 어찌 보면 인간의 힘 앞에 무력한 것도 이 놈의 처량한 신세이고, 병이든 부조리한 세상이든 그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것은 또 우리네 인간의 처지이기도 하고... 하여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

하여간 무력하게 아파지는 요즘... 위로라는 윤동주의 시가 참 좋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