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막고 싶은 것은 불안이다. 그냥 불안한 것이다. 나의 밖 모든 것을 믿지 못하고 살아왔다. 노력해서 살아도 엉뚱한 이가 낚아채고, 세상은 그것을 성공이고 세상사는 방법이라 말했다.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믿을 것은 불안해하는 나란 존재의 생존 욕구 뿐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손소독이 중요하다 해도,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나의 방어망이 필요하다. 마스크다.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하다. 정부의 말도 믿지 못하고, 시장의 말도 믿지 못하고, 그나마 자신의 불안 해소 욕구를 가장 쉽게 자극하는 근거 없는 헛소문 만이 마스크 안으로 들어올 뿐이다. 마스크로 막고 싶은 것은 불안이다.
신학 전문가의 말도 우리네 삶과 멀었다. 우리네 삶, 곳곳에 생존에 대한 욕구로 가득했다. 누구도 믿지 못하니 생존만이 정말 살 길이라 생각한 듯 하다. 공부도 생존을 위해 하고 종교 활동도 생존을 위해 한다. 결국 종교의 생존은 그 생존의 범위를 내세까지 확장 시키며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마취제 정도일 뿐이다. 신학 전문가의 전문가적인 논리는 우리 삶ㅇ서 멀었고, 감정과 불안을 자극하는 설교만이 가득했다. 의학도 몇몇 의사의 과도한 욕심을 의사 일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하고 의사라는 의학 전문가도 믿지 못한다 생각했다. 의학적인 근거 없이 돌아다니는 헛소문이 의학의 기초도 없는 이의 불안을 잠재우며 힘을 가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의학도 전문가 말은 믿지 않고, 신학에서도 전문가의 말은 믿지 않고 접하기 멀다.
전문가 없이 생존 욕구로 살던 우리는 결국 각자의 생존, 홀로 있음에 익숙한 우리는 아무 도 없는 곳이 편하다. 바이러스는 남을 바이러스로 만들어 버릴까 걱정이다. 결국 마스크 뒤로 숨은 얼굴 처럼 우리의 삶도 마스크 뒤로 숨어 버릴까 걱정이다.
봄의 기운도 보지 못하고 마스크 뒤로 숨어 버릴까 걱정이고, 우리 앞 누군가의 아픔과 기쁨을 무시하고 돌아서 마스크 뒤로 숨어 버릴까 걱정이다. 결국 그렇게 피해지고 버려지는 그 누군가의 외로운 눈빛이 어느 순간 온전히 나란 존재가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대구는 그냥 보면 보통과 같다. 그냥 사람이 엄청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일 정도로 한산하다.
너를 피해 마스크 뒤로 숨은 나, 그런 나와 너 사이에 우리는 없다. 우리는 나와 너의 만남, 그 순간 등장한다. 그리고 진정한 나와 너는 그 우리 가운데 나와 너가 된다. 우리가 없는 곳에 나와 너는 진정한 나와 너가 아닌 홀로 있어 불안하고 혹시나 위험이 올까 지나는 바람의 스침에도 칼을 드는 공허한 외로움이다. 나와 너가 이와 같은 공간에서 우리라는 주체도 나와 너라는 주체도 먼 이야기다.
뜻은 ‘나’와 ‘너’가 우리가 되어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삶의 주체가 되고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 기 바로 우리의 자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자 리, 나의 아픔이 너의 아픔이 되는 자리, 바로 우리의 자리가 철학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철학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일본철학을 공부해 참고해도 일본철학이 한국철학이 될 순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철학을 공부하고 참고해도 그것이 한국철학이 될 수는 없다. 한국철학의 자리는 ‘나’ 와 ‘너’가 만나 ‘우리’를 이룬 바로 이곳이다. (<대한민국철학사> 572쪽)
마스크 뒤로 숨은 나와 너, 서로가 서로에게서 남임을 확인하는 나와 너에게서 우리 철학은 먼 이야기다. 우리의 주체성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우리의 참된 모습도 여전히 먼 이야기다. 나의 불안을 안아줄 우리의 따스함도 여전히 먼 이야기다. 너 없이 한 없이 외로운 나의 눈물, 그 눈물의 옆에 다가와 너도 여전히 먼 이야기다.
다시 한 번, 마스크 건너 저 편 너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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