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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

'나'는... 아빠로 산다는 것...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6. 8.

남은 가족들 보험금이나 잘 남겨 주면 죽어도 그만이다. 광주에서 대구 가는 버스에서 한 아저씨의 이야기다. 대구의 단어들이 나왔지만 말은 광주였다. 나의 앞에 앉아 심야 버스로 대구 가는 길... 그는 힘겨운 그러나 누구도 수고 했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자신의 삶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식으로 스스로 자기 위로 하며 말을 멈추었다. 슬프다. 

아무리 노력해도 큰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는 나는 항상 무능한 사람이었다. 누가 무엇이라 하지 않아도 항상 혼자 그렇게 힘들어 했다. 싼 과외 선생이라 그런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대구역 부근 어느 학부모의 독설도 참았다. 비는 시간이면 서류 번역을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광고를 나누기도 했다. 종종 혹시나 대학에서 나에게 수업 듣는 학생들이 나를 보면 어쩌나 조금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그냥 이것도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살았다. 컵라면을 먹거나 대구 동성로 골목 구석 어느 국밥집의 국밥은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 가운데 하나였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친구들이 모여 가는 모임에 각자 내는 돈이 부담이 되어 어느 순간 부터는 나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이후 날 부르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계명대역에 내려 걸어서 집으로 가는 20-30여분의 시간... 나 혼자 철학자의 길이라 부르는 그 길에서 떄론 울기도 했다. 학부모의 무시는 쉬지 않았고, 종종 학생 역시 나를 무시했다. 집에 들어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어 그냥 조용히 혼자 아파했다. 그것이 무능한 나의 죄에 대한 벌이라 생각했다. 

광주에서 대구로 돌아오는 2019년 12월 심야버스... 한 아저씨는 그냥 가족들 먹을 보험금 남기면 죽어도 그만이라 말했다.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남편은 어떤 존재일까? 가족을 위해 소비되다 결국 그냥 사라지는 존재, 아들도 딸도 자신의 부인도 멀리 어딘가 있는 듯 느껴진다는 친구의 우울증을 보면 나도 아프다. 

아빠로 산다는 것, 그저 가족들의 아픔을 해결하며 스스로의 아픔은 그냥 스스로의 아픔으로만 아파하다 죽어가는 삶일까? 엄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겠지. 어쩌면 자녀들도 그렇게 각자의 아픔을 각자의 몫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일지 모른다.

더불어 살지만 각자 아픈... 하지만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슬픔...

갑자기 그 아저씨의 그 말을 메모한 종이에서...

나 역시 아빠와 엄마의 삶을 돌아본다. 

더불어 산다는 것... 

돌아본다.

유대칠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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