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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철학메모

자료 1 '주체(sujet)'에 대한 메모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6. 12.

알랭 드 리베라(Alain de Libera)의 책 가운데 <근대 주체의 발명(L’Invention du sujet moderne)>을 본다. 2015년의 책이고 이후 이미 관련 연구물들을 내었으니 이것을 가장 최신이라 부르기 힘들겠다. 여기에서도 드 리베라는 그저 중세와 근대에 한정되어 논의하지 않는다. 어느 기타리스트가 락과 클래식을 오가며 다시 클레식에서도 이런 저런 다양한 사조를 오가며 자신이 생각한 그 미적 영감을 우리에게 전하듯이 그 역시 다양한 철학 영역을 오가며 그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제까지 그가 걸어온 책의 제목이 <주체의 고고학>이란 사실을 보면 이미 그냥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푸코의 영역이 느껴진다. 그리고 드 리베라 자신도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논의엔 니체의 영향도 있다. 니체는 대중의 미신을 언급하며 주체의 미신, 자아의 미신 그리고 영혼의 미신을 이야기하였다. 니체에게 주체란 충동과 정동이란 내적 활동의 이름이다. 니체의 데카르트 비판 과정에서 등장하는 그 주체에 대한 부정적인 사유는 드 리베라의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근대 주체는 일반적으로 칸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칸트 역시 그냥 등장하지 않으니 데카르트에서 등장하여 칸트를 걸처 20세기 하이데거 등에 이르는 여정으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드 리베라는 이러한 접근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교회라는 수단을 걸치지 않고 다수 신과 민중이 마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체계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14세기 신비주의에 집중한다. 드 리베라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중세 후기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음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에크하르트다. 민중과 신, 신자와 신이 서로 마주보게 되었을 때, 근대 주체 개념의 싹이 발아하기 시작하였다고 본다. 기존의 많은 해석가들은 신비주의를 독일과 연결하여 이해하려 하였다. 독일 사람 에크하르트를 중심으로 독일에서 일어난 프랑스의 스콜라 철학적 전통에 대한 반작용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였다. 중세 이후 근대 철학에 주체의 문제는 그렇게 독일 중심으로 다루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드 리베라의 글을 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학자들은 그저 놀고 있던 이들이 아니다. 그는 주체 개념 성립에 기여한 인물로 스파르타의 마테우스와 오베르뉴의 기욤 등을 거론한다. 

그의 또 다른 책 2016년에 나온 <철학적 고고학(L'archeologie Philosophique)> 역시 재미난 책이다. 이 책을 보면 그가 왜 보편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적으며 보편의 문제에 대하여 그리도 고민하고 고민하였는지 알 수 있다. 그 역시 주체의 문제와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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