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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신학

전체를 향한 쉼없는 부서짐, 종교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1. 19.

“예수가 오늘 오신다면 그 성당, 예배당을 보고 ‘이 성전을 헐라!’하지 않을까? 본래 어느 종교나 전당을 짓는 것은 그 역사의 마지막 계단이다. 전당을 굉장하게 짓는 것은 종교가 먹을 것을 다 먹고 죽는 누에 모양으로 제 감옥을 쌓음이요, 제 묘혈을 팜이다.” (함석헌, <한국의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상계 1956. 1월 30호)

항상 우리는 최선이라 말합니다. 이런저런 비판을 들으면 지금은 이런저런 대안들이 있어서 문제없다 합니다. 그러나 1956년 함석헌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과연 이 생각에 무엇이라 답할까요? 결국 종교는 자기 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끼리 우리 편이 되어 그 속에서만 살다 보면 우리 편의 밖은 보이지 않습니다. 밖을 모르는 안은 썩기 마련입니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은 쉼 없이 안과 밖이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끼리 우리 편으로 살다 보면 밖의 조롱은 들리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서 높은 건물 세우고 좋아라 하고 좋은 장식 보며 좋아라 합니다. 그 모습을 함석헌은 종교의 마지막, 제 감옥을 쌓는 일이라 봅니다. 홀로 있음의 아집 가운데 구속되어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감옥을 만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썩어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모릅니다. 때론 이런저런 신학의 언어로 모두가 더불어 있다 착각하기도 합니다. 같은 글에서 함석헌은 또 다른 분노를 볼까요.

“오늘날의 교회는 미지근한 재요 시들어가는 나무다. 지금 이 사회가 정신적 혼란에 빠져 구원을 위해 두 손을 내미는데, 교회는 왜 아무런 활발한 활동을 보여 주지 않을까?"

과실 없이 잎도 없이 시들어가는 나무입니다. 생명이 사라지는 나무입니다. 힘겨운 영혼이 구원을 위해 찾아도 무엇하나 위로가 되지 못하는 그러한 종교입니다. 왜 있는 것일까요? 도대체 왜 있는 것일까요? 신학자는 유행하는 신학에 도취되어 수도자는 세상과 담을 쌓고 그들의 은혜 속에 성직자와 목회자는 드러나 보이는 거대한 건물의 화려함에 눈감고 들어가 있는 동안 예수의 복음은 그저 관념의 조각이 되고 이젠 익숙해져 버린 기계음 같은 기계적 반복이 되어 버립니다. 교회의 생명은 전체를 위한 희생입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종교는 믿는 자만의 종교가 아니다. 시대 전체, 사회 전체의 종교다. 종교로서 구원 얻는 것은 신자가 아니고, 그 전체요, 종교로서 말하는 것도 교회가 아니요 그 전체다.”

함석헌은 1956년 이렇게 말합니다. 종교는 믿는 자만의 종교가 아닌 전체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항상 우리끼리의 모습이 될때마다 무너지고 부서져 밖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밖으로 가기 위해 부서지고 무너져야 합니다. 전체의 희망이 되기 위해 작은 아집들은 쉼 없이 부서져야 합니다. 안만의 구원이 아니라, 밖의 구원을 위해 부서지고 무너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쉼 없이 자기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어디에 무엇을 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전체의 희망이 되기 위해 스스로가 사라져 가도 사라져 가며 사는 것이 신앙입니다. 

“교회는 사람의 양심 위에 임하는 하나님의 절대권을 대표하느니만큼 도리어 끊임없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함석헌의 말 처럼, 양심과 자기반성 없이 전체를 위한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저 가식이 될 뿐입니다. 살아있는 교회, 살아있는 신앙, 살아있는 종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쉼 없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성직자나 수도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그 역시 전체의 몫입니다. 

참 희망은 전체를 위하여 아집들이 무너져가며 이루어집니다. 나의 밖을 향하여 쉼없이 달려가며 자신을 부수어갈 때 이루어집니다. 

지금 여기 나를 다시 돌아봅니다. 나는 지금 얼마나 나의 밖을 향하는지 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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