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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신학

이끌림에 열심히 따라갑니다. (공부하며 기도하라 Stude et ora 6)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2. 11.

"평화의 끈으로 영의 일치를 힘써 지키시오."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 장 3절)

다른 이들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솔직하게 마음속 양심은 더불어 삶으로 이끌게 합니다. 아프고 힘든 이들을 그냥 두고 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냥 너는 아파라 나는 잘 살겠다 생각이 먼저 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두고 돌아서면 마음이 아픕니다. 주머니에 돈이 없고 어찌할 형편이 되지 않아 힘들 때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구세군 종소리를 그냥 지나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2-3천 원 들고 다니는 사람이지만 구세군을 지나면 그 돈을 그곳에 둡니다. 나의 커피 한잔보다 그 돈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구세군 납비가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그러면 이상하게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은근히 커피 한잔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에 길을 걷게 됩니다. 사실 남들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세월호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아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정치적 이해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쪽으로는 조금 무식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픈 이가 그곳에 있고 그 아픔을 그냥 두고 고개 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프고 힘든 곳 아프고 힘든 이들을 보면 바로 그곳이 나란 사람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못자리 같습니다. 그곳에서 더불어 아파해야지 그것이 나의 일이지 그냥 지나치면 그것이 더 아픕니다.

양심으로 아프면 더불어 있지 못한 미안합니다. 그 미안함은 도덕의 토대가 됩니다. 도덕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 칭찬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이 아프고 싶지 않아서, 부끄럽게 살고 싶지 않아서 행할 때 참 도덕이 됩니다. 누구 보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면 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에 살게 하는 것은 양심입니다. 양심은 더불어 있도록 다가가게 하는 힘입니다. 더불어 울고 더불어 웃게 하는 힘입니다. 그 양심의 힘으로 더불어 있게 되면 비록 그곳에 더불어 우는 곳이라도 외롭지 않습니다. 일치를 이루고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 힘들어도 평화를 이미 임했습니다. 일치, 하나됨이 이루어진 곳이기에 그곳에 하느님도 이미 함께 하십니다. 

양심은 자기 내어줌으로 하나되게 합니다. 자기 내어줌 없이 아픈 이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자기 시간과 자기 삶의 자리를 내어줌 없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양심은 자기 내어줌의 소리입니다.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살라는 소리입니다. 흩어지지 말고 하나 됨을 이루며 더불어 있으라는 소리입니다. 

전태일을 봅니다. 그는 아프고 힘든 나약한 영혼들, 탐욕으로 가득한 부조리의 공간에서 아프게 살아가는 나약한 여공의 아픔을 남의 것으로 두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가는 것은 스스로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내어줌으로 그들의 부조리를 알렸고, 자기 내어줌으로 그 부조리 속 폭력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 그것을 보도록 하였으며, 흩어져 외로운 노동자들은 그의 자기 내어줌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하나 됨으로 부조리에 대항하여 싸우게 하였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이로 흩어진 부조리의 공간, 부를 위하여 폭력도 실력이 되는 그 사악한 공간에서 전태일은 무력한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자기 내어줌으로 그는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질러 스스로의 존재가 등대가 되게 합니다. 여기 부조리가 있으니 보시오, 온 천하에 드러나 보이게 하는 등대가 됩니다. 그리고 침묵하는 지식인들 가운데 양심 있는 지식인들에게 부끄러움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냥 그렇게 부끄럽게 살지 못한 이들은 노동자의 그 부조리에 하나 되어 그들과 더불어 부조리와 다투었습니다.  이 땅 노동운동에서 전태일은 그렇게 스스로의 몸을 불살라 빛을 내어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부조리를 보게 하였고 참된 분노로 희망을 향하게 비추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아프고 힘든 이들의 앞에서 아픈가요? 양심이 아프게 하는가요? 만일 그렇다면 그 양심의 소리를 따라 이끌림으로 열심히 나아가 더불어 있으시면 됩니다. 이끌리는 대로 열심히 달려가면 됩니다. 그 수동과 능동의 일치점에서 우리는 조금 덜 부끄러울 것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조금은 덜 부끄러운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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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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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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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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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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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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