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보물을 땅에 쌓지 마시오. 거기서는 좀과 벌레가 갉아먹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갑니다. (<마태오복음> 6장 19절)
<주님의 기도> 이후 예수께서는 이어서 어찌 살아야할지를 알려주십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 제가 묵상한 바로 이 구절입니다. 이 부분은 대체로 흔히 Q문헌, 즉 예수 어록이라 불리는 곳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즉 예수께서 직접 전한 말씀이 분명하다는 것이겠지요. 암브로시오의 <나봇 이야기>에서 암브로시오는 이 세상에 쌓은 재물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화를 내며 전해줍니다. 그 분노는 근거 없는 분노가 아닙니다. 바로 이 구절, 예수의 바로 이 구절에 근거한 분노입니다.
'공유'라는 말이 유행하며 영어 common에 대한 고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라틴어 commūnis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더 근원적으로는 원시인도유럽어 ḱom-moy-ni-에서 나온 말입니다. 함께 차지한다 혹은 함께 가진다는 말입니다. '공해'는 누군가의 바다가 아닌 모두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습니다. 공유하는 바다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공유한다는 말을 과거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다는 말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소유할 뿐이며, 사람은 사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이란 사람들 사이의 이런저런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더 쓸모 있는 곳에서 더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그러니 독점적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고집이고 죄이며, 도적질이고, 오직 하느님의 것을 쓸모 있는 곳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common은 누군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기보다 모두가 사용하며 더 필요한 사람이 더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과시를 위해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합니다. 그러는 사이 그것이 정말 필요한 이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서글프지요. 결국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고 쌓아둔 것, 자신의 소유로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고 자신의 높음을 과시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멀리서 보면서 힘겨운 삶을 살아갈 뿐인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예수께서는 소유라는 착각을 버리라 하신 것입니다. 너의 것이 아니니 쌓아두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냥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쌓지 말라는 말이 버리거나 패기하란 말이 아닙니다. 나누라는 말입니다. 아픔의 자리, 정말 쓰임 있는 곳, 쓸모 있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라는 말입니다.
더불어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Q문헌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니 정말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란 말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말하는 그 하느님의 나라, 이 땅에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애써야 할 그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더불어 있음의 나라, 아집 가득한 소유가 아닌 아집의 밖으로 나아가 더불어 공유하는 그러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라 쉽지 않다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원래 신앙이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더불어 삶은 쉽지 않고 더불어 사용함도 쉼지 않습니다. 너무 쉽게 아집에 빠져 자기 속에서 문을 받아 거는 것이 더 편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있을 곳에 모든 있는 것을 두면 누군가의 창고는 가득하고 누군가는 배고파 죽어가진 않을 것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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