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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102호실

결국 나와 너의 평등한 관계입니다.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1. 25.

더불어 사는 것이 힘겨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2020년 더불어 마주 보기 힘들지만 사실 더불어 산다는 것이 꼭 물리적으로 같은 자리에 산다는 것은 아닙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더불어 살 수 있습니다. 멕시코에 사는 저의 친구는 멕시코 사람이고 멕시코에 살고 있으며 한국에 온 적도 없지만 저와 더불어 있습니다. 힘든 시기 저의 든든한 응원이 되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살기 힘든 세상이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힘겨워하는 세상이란 말입니다. 과거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타인은 지옥이란 말이 이런저런 철학적 설명 없이 그냥 그 말의 문법적 뜻으로 다가오는 세상입니다. 더불어 살아감의 소중함보다는 다투고 싸우고 자신과 조금만이라도 다르면 더불어 있지 않은 그러한 삶에 더 익숙해져 버린 그런 세상입니다. 홀로 살아남는 것, 마치 적들 가득한 공간에 홀로 살아남는 것이 능력이 되어 버린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그 능력을 위한 나 아닌 이들은 모두 적이 되고 나는 그 적과는 싸우거나 무시하거나 해야 합니다. 그렇게 홀로가 더 편한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작은 도서관을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서로 다들 경쟁하고 있습니다. 사이 좋게 중간 시간에 커피를 나누지만 엄밀하게 벗이 아닙니다. 경쟁의 대상입니다. 도서관은 싸움터와 같은 곳이고 옆 자리의 사람들은 모두가 경쟁해야 할 적입니다. 삭막하다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자리에서 나를 생각할 뿐입니다. 남을 알 수 없습니다. 남은 이겨야할 그 무엇일 뿐입니다. 일제강점기 어느 일본인에게 조선은 알 수 없습니다. 조선에 아무리 자주 가고 조선 사람을 만나도 그들은 조선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조선은 정복의 대상이고 욕구의 대상이지 공감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조선을 알지 모릅니다. 조선은 식민지였지만 그들의 영태에 있었지만 조선은 일본의 남이었습니다. 이 작은 도서관 책상에서 다른 모든 자리의 책상에서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사실 벗이 아니고 앎의 대상이나 공감의 대상도 아닌 적인 것과 비슷합니다. 

서구 인류학은 동아시아를 연구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본 그들의 관념을 익히며 우리를 알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이 알려진 관념과 방법론으로 그들이 본 우리를 보면서 그것을 우리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어쩌면 더 합리적 시선으로 우리는 보았고 더 정확하게 우리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삶의 주제가 아닌 그저 연구 대상으로 있을 뿐인 동아시아는 서구에게 절대 제대로 알려질 수 없습니다. 서유럽은 절대 동아시아에 대한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참된 무엇임을 알 수 없습니다. 항상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틀 속에서 동아시아를 사유할 뿐입니다. 그런데 서유럽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체를 알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과연 전체를 알 수 있을까요? 기껏해야 우주의 나이에서 생각하면 찰나를 살아가는 개인이고 엄밀하게 인류 전체도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과연 전체를 알 수 있을까요. 그들이 말한 전체는 그저 그들의 머릿속에 일어난 그 무엇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서구 남성이란 중심에서 바라보는 주관적 결실로의 관념을 전체라고 생각하고 그 전체를 현실의 모든 더불어 있는 생명에게 강요한 것은 아닐까? 이것이 현실이라면서 관념을 현실에 강요한 것은 아닐까요? 자신도 타자도 모두 알기 위해선 자신도 타자도 벗어난 어딘 가에서 봐야 합니다. 과연 이러한 것이 가능할까요? 

메릴린 스트래선(Marilyn Strathern, 1941-)은 이런 초월적인 시선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서유럽의 시선은 서유럽 아닌 것을 향하여 보고 있지만 서유럽이 아닌 곳을 주변으로 밀어내 버립니다.데리다에 의하면 로고스라는 서유럽 형이상학의 중심이 있습니다. 그 로고스는 서유럽과 남성을 중심에 두었고 서유럽이 아닌 곳과 여성을 주변에 두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세계를 중심과 주변으로 구조화하는 위계적 질서를 해체하기 위해 로고스를 탈구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트래선은 로고스를 탈구축한다고 해도 유럽 형이상학이 가진 초월성, 즉 탈신체성을 넘어서지 못하면 위계적 질서를 해체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원주의, 왠지 좋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스트래선은 비판적으로 봅니다. 앞서 논리를 이해하면 됩니다. 여러 가지 답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나만의 답을 온전히 정답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강자의 편에서 보여진 답만이 더 높은 지위를 유지하며 존재하였습니다. 유럽의 답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답으로 있었습니다. 나도 있고 너도 있다지만 실상 강한 나의 답 속에 보이는 네가 너로 강요되기도 했습니다. 시선의 불평등 속에서 다원주의는 결국 강자의 답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자의 답만이 여럿을 이기도 일어난 홀로 답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전체, 그것은 한 사람에게 그리고 한 문명에서 허락될 수 없습니다. 유한한 존재에게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체가 아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저마다의 세계 속에서 흩어져 있지만 그렇게 있는 무수히 많은 세계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혹은 천체망원경으로 보이는 혹은 이런저런 수치로 보이는 앎이 전체에 대한 완결적인 앎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에 대한 앎이라지만 사실 그 역시 나의 시선이란 혹은 강자의 시선이란 부분의 시선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전체라는 말은 사실 우리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우린 전체를 알 수 없습니다. 전체 속 부분으로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알 수 있고 철학이 향해야 할 것은 작은 부분들끼리의 관계입니다. 강자의 시선을 답으로 여기고 그것을 정답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이젠 부분들 사이의 앎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죠. 

연인은 어떠해야 한다는 정의 속에서 연인이란 범주 모두를 포괄하는 앎은 없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는 이라면 나의 입장에서 보이는 나의 부분을 전체라고 고집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집에 빠질지 모르지요. 아니, 그것이 아집입니다. 그것보다 나와 너의 관계, 나와 더불어 있는 너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전체라는 허상을 따란 나와 너의 밖 이상한 초월적 시선을 향하지 않고 지금 여기 나와 너를 긍정하는 시선이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나의 답만을 강요하는 것도 강자의 답만을 정답이라 수용하는 것도 아닌 평등한 두 시선 사이의 관계, 그 관계 속에서 우린 정말 참된 그 무엇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 힘든 시대, 나의 답을 강요하고 나 아닌 강자의 답이 강요되는 시대, 시선의 불평등이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더불어 있는 너, 나와 너, 그 진실된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유지승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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