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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요한 복음서 묵상, 말씀으로 나고 빛으로 삽니다 1. (나도 너도 귀한 존재입니다.)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1. 25.

1. 처음에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하느님을 마주해 계셨고, 그 말씀이 하느님이셨습니다. 

Ἐν ἀρχῇ ἦν ὁ λόγος, καὶ ὁ λόγος ἦν πρὸς τὸν θεόν, καὶ θεὸς ἦν ὁ λόγος.

2. 그분은 처음에 하느님을 마주해 계셨습니다.

οὗτος ἦν ἐν ἀρχῇ πρὸς τὸν θεόν.

3. 모든 것이 그로 인해 있게 되었고, 있게 된 것 가운데 하나도 그 없이 있지 않습니다.

πάντα διʼ αὐτοῦ ἐγένετο, καὶ χωρὶς αὐτοῦ ἐγένετο οὐδὲ ἕν. ὃ γέγονεν

4. 그 가운데 생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ἐν αὐτῷ ζωὴ ἦν, καὶ ἡ ζωὴ ἦν τὸ φῶς τῶν ἀνθρώπων·

5. 그리고 빛은 어둠 가운데 밝혔지만, 어둠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καὶ τὸ φῶς ἐν τῇ σκοτίᾳ φαίνει, καὶ ἡ σκοτία αὐτὸ οὐ κατέλαβεν.

(유대칠 옮김)

시작엔 끝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씨앗을 봅시다. 작은 씨앗이지만 큰 나무가 이미 담겨 있습니다. 그 담긴 것이 풀어지면서 씨앗은 나무로 자랍니다. 만일 나무가 담기지 않았다면 그 씨앗은 살아있는 씨앗이 아닙니다. 죽은 씨앗이지요. 씨앗은 자신의 살을 가르며 싹과 가지를 내면서 나무로 자랍니다. 자신의 끝에 안주하지 않고 끝의 저 편으로 자랍니다. 그렇게 자기 극복으로 씨앗은 살아있게 되고 나무로 성장하게 됩니다. 씨앗은 보이지 않지만 그 처음부터 이미 나무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가운데 말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하느님을 마주 하고 계셨고요. 하느님과 마주하고 있는 그 말씀이 곧 하느님이시고, 그 하느님과 말씀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린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있으며, 그 하느님이 우리 존재의 힘이며, 우리 존재의 뜻입니다. 씨앗의 뜻이 나무이듯이, 보이지 않지만 나무이듯이 그렇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뜻은 말씀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씨앗은 처음부터 그 가운데 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숲이 있습니다. 단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씨앗 가운데 처음부터 있던 그것이 드러나면서 씨앗은 살아있는 씨앗이 됩니다. 우리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말씀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살아있는 무엇이 됩니다. 

나는 나의 생각에서 그것만이 답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생각, 나의 고민, 그 모든 것만이 답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나의 존재 속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나는 너를 알지 못하고, 너를 온전히 모르면서 나의 답만을 그저 정답이라 고집합니다. 그러나 나와 다른 그의 답, 그의 답이다. 처음부터 말씀이신 하느님이 함께 한 바로 그 존재의 답입니다. 나와 답도 그의 답도 하느님의 답을 향한 답일 뿐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기 내어줌으로 서로 다른 두 답은 더욱더 단단한 답, 더욱더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씨앗이 그 가운데 나무가 있지만 그 나무 씨앗은 흙과 물 그리고 공기와 햇볕과 같은 것들이 더불어 있어 참으로 살 수 있었듯이 말입니다. 우린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것을 깨우쳐 가기 위하 노력하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깨우쳐 가면 나와 다른 너의 답도 결국은 모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답임을 알게 됩니다. 

저기 저 작은 잡초, 옆 큰 나무의 거름이 되어 죽을 저 작은 잡초도 그 가운데 하느님이 처음부터 더불어 있었습니다. 잡초의 답은 오답이 아닙니다. 숲을 위한 정답입니다. 저 큰 나무도 어느 순간 많은 동물과 곤충의 집이 되고 또 어느 순간엔 썩어서 더 많은 풀들의 거름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나무의 마지막이 슬픈 것도 아니고 아무의 답이 오답인 것도 아닙니다. 그 역시 숲을 위한 정답입니다. 

나와 다른 너도, 너와 다른 나도 서로를 잘 모릅니다. 안다고 하지만 그 존재의 깊은 속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말씀이신 하느님이 그 존재의 처음부터 더불어 있었던 신성한 존재입니다. 나와 다른 너의 답도, 너와 다른 나의 답도 오답이 아닙니다. 우리의 답을 위한 걸음입니다. 내 안에 말씀이신 하느님의 뜻을 묻고 고민하며 삽니다. 그것은 너의 답을 무시하란 것이 아니라, 나의 뜻을 궁리하는 가운데 너의 뜻과 더불어 우리의 뜻을 일구어가라는 것입니다. 내 안에 말씀을 잘 깨우치며 잡초의 뜻이 나무의 뜻이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위한 것이듯 나와 너 그리고 더불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믿어 봅니다. 이미 처음부터 우리 가운데 하느님이 있으셨으니 그럴 것이라 확신하며 오늘도 내 안의 뜻을 돌아보고 묻고 궁리해 봅니다. 우리의 더불어 있음을 위해서 말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1 24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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