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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요한 복음서 묵상, 말씀으로 나고 빛으로 삽니다 5. (빛으로 살려면 눈을 떠야 합니다.)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2. 1.

1. 처음에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하느님을 마주해 계셨고, 그 말씀이 하느님이셨습니다. 

Ἐν ἀρχῇ ἦν ὁ λόγος, καὶ ὁ λόγος ἦν πρὸς τὸν θεόν, καὶ θεὸς ἦν ὁ λόγος.

2. 그분은 처음에 하느님을 마주해 계셨습니다.

οὗτος ἦν ἐν ἀρχῇ πρὸς τὸν θεόν.

3. 모든 것이 그로 인해 있게 되었고, 있게 된 것 가운데 하나도 그 없이 있지 않습니다.

πάντα διʼ αὐτοῦ ἐγένετο, καὶ χωρὶς αὐτοῦ ἐγένετο οὐδὲ ἕν. ὃ γέγονεν

4. 그 가운데 생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ἐν αὐτῷ ζωὴ ἦν, καὶ ἡ ζωὴ ἦν τὸ φῶς τῶν ἀνθρώπων·

5. 그리고 빛은 어둠 가운데 밝혔지만, 어둠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καὶ τὸ φῶς ἐν τῇ σκοτίᾳ φαίνει, καὶ ἡ σκοτία αὐτὸ οὐ κατέλαβεν.

(유대칠 옮김)

왜 어둠은 빛을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눈을 감고 살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집 속에 산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대로 눈을 뜨고 산다면, 서로 충돌할 일이 없습니다. 걷다가 나의 앞에 누군가 다가오면 양보할 수 있고 혹은 양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집 속에서 눈을 감고 걷으면 앞에 다른 이가 나타나도 양보할 줄 모릅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타난 것도 모릅니다. 그냥 충돌합니다. 충돌을 해서는 이겨야 하기에 있는 힘 다해 누군가 다투며 싸울 준비를 하고 살아갑니다. 참 스트레스 가득한 삶입니다. 그런데 원래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고맙다는 말도 고맙다는 마음도 잘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싸워 이기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으면 참으로 자주 충돌하고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깊은 상처를 주며 살아갑니다. 어디 남 사이만 그럴까요. 가족 사이도 다르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보다는 싸우는 방법, 즐기는 방법보다는 결국 더 강한 사람 더 돈 많은 사람 있으니 우린 행복할 것도 아니란 서글픈 푸념을 먼저 배우는 세상입니다. 어둠 속에선, 같은 두 눈 속에선 자신도 그저 무력한 무엇, 불안한 무엇일 뿐입니다. 

예수는 이미 우리의 옆에 태초의 순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은 두 눈은 보지 못했습니다. 때론 아프고 힘든 친구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외로운 친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보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고 살다 보니 이젠 눈을 감은 세상이 더 편하고 원래 세상이 그렇다고 믿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예수가 아닌 지금 여기 나에게 일상 속 쉼 없이 다가오는 예수를 우린 보지 못합니다. 눈을 감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없이 생긴 것이 없다면, 이 성경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 산책 중에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다 일상 속 저에게 찾아오는 예수입니다. 어쩌면 내 마음 속 올라오는 양심의 소리도 예수입니다. 자본주의 논리 속에선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기부도 우리 가운데 예수입니다. 제주의 죽어가는 환경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애씀도 우리 가운데 예수입니다. 자기 내어줌으로 조금 덜 가지게 되었지만 그것으로 웃게 되는 것도 우리 가운데 예수입니다. 그 예수로 우리를 있어 왔고 있습니다. 죽으라 싸우고 싸우는 이들만 가지고 우린 벌써 멸종했겠지만 우린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수많은 자기 내어줌의 존재들도 인하여 멸종되지 않고 이렇게 있습니다. 단지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겠지요. 

이젠 조금 더 많은 이들이 눈을 뜨고 예수를 보아야합니다. 예수를 살아내야 합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예수는 바로 옆에 다가와도 우린 모릅니다. 대림이라 성탄이라 이런저런 큰 행사를 해도 정말 우리 삶에 다가온 예수를 보진 못합니다. 

어둠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어둠으로 살고 싶어 합니까. 그렇다며 눈을 떠야 합니다. 그리고 보아야 합니다. 작은 잡초 하나의 신비를 보아야 하고 아프고 힘든 이들의 눈물을 보아야 하고 우리로 인하여 아픈 우리의 또 다른 형제이고 자매인 이 우주를 보아야 합니다. 감성에 빠져 자연을 감상하고 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자연의 하나임을 그들이 우리의 형재이고 자매임을 눈을 뜨고 보아야 합니다. 결국 저 밤하늘의 별과 부는 바람과 홀로 아프고 힘든 이들 이 모두가 우리의 형재이고 자매이며, 이들이 바로 우리에게 찾아온 빛이며 예수입니다.

출산이 임박한 부부에게 작은 공간 하나 내어주지 못한 이들에게 허락된 곳은 가축 냄새 가득한 가축들의 공간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살면 예수가 그렇게 바로 옆에 찾아와도 자신의 자리 작은 구석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어둠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눈을 뜨고 삽시다. 그리고 우리 주변 예수, 우리 안에 예수를 만납시다. 예수로 삽시다. 그것이 참 신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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