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웬일인지 우리 대제관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주어 사형 선고를 받게 하고 십자가에 (달아) 처형했습니다."
(루카 24장 20절)
희망을 알아보지 못한 이들은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으로 인하여 모두를 위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누리던 것의 기쁨만을 봅니다. 쿠사누스라는 후기 중세 신학자이며 철학자는 하느님은 우리의 아집에 가려져 있는 분이라 하였습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우리의 아집이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참 희망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 아집이 크면 클수록 더 보지 못합니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보지 못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잘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더 높은 자리 화려한 장식은 하느님을 가리고 하느님께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내가 여기 있다 하여도 보지도 듣지도 못할 것입니다. 당장 자신의 기득권, 누리고 있는 것이 더 크고 화려하게 보이니 말입니다.
그런 외면이 절망을 낳습니다. 그런데 또 그 절망이라 희망은 더욱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인지 모릅니다. 기득권만을 누리며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그리 힘을 낼 때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은 더욱더 간절하게 모두를 위한 희망을 위하여 힘겨운 걸음을 걸었습니다. 전태일을 생각해 봅시다.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 (1970년 8월 9일)
전태일은 가난하고 힘겨운 이들의 그 부당한 아픔 앞에서 그들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더불어 있기 위해 자신을 바칩니다. 전태일은 가난한 이와 그렇게 영원히 더불어 있게 되었지만, 그 자신은 생애 단 한 번도 부유한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가난했고 그 가난으로 항상 힘들었습니다. 배운 것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사회에 희망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희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평등으로 세워지고 경영되는 회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런 전태일의 노력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가 자신을 내어준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땅 노동자들은 너무나 당연한 무시를 참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이미 그는 나눔이 희망임을 보았고 그것을 실천했으며 마지막엔 자신의 온 존재를 나누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는 이들은 그 희망을 알았지만 그냥 알기만 할 뿐, 아집으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하고 홀로 누릴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배운 것 없는 노동자 청년은 알았습니다. 그 시대 온갖 부조리로 아파하던 그 청년은 알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대학 교수도 종교 지도자도 국가 권력자도 모두 자신의 지식과 종교 그리고 권력에 빠져 보지 못하는 것을 전태일은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산 것입니다. 윗사람이란 이들 자칭 사회 지도층이란 이들, 그들에게 희망을 걸지 맙시다. 무시 속에 살던 전태일이 희망이었고 마굿간에서 태어난 가난한 예수가 희망이었듯이 그렇게 지금 여기 아프고 힘든 가난한 우리에서 희망은 시작됩니다. 그들을 믿지 맙시다. 우리가 또 다른 전태일로 살고 또 다른 예수로 살면 됩니다. 그러면 바로 여기 지금 이곳에서 희망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입니다. 바로 그것이 희망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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