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끈으로 영의 일치를 힘써 지키시오."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 장 3절)
하나의 목숨이 된다는 것, 영이 하나가 된다는 것, 참 힘든 일입니다. 나는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오래 살아야 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데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성가신 일입니다. 뒤쳐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더 앞서서 갈 수 있는데 왜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남들 눈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남들을 이겨야 합니다.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남들과 싸워야 한다. 남을 이기고 남과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의 적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홀로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고 싸우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삶은 어차피 외로운 것이라 말하면서 말입니다.
참 행복은 평화 가운데 옵니다 평화는 영의 일치 없이 일어나지 않아요. 그리교 평화의 끝이 영의 일치를 이루고 말입니다. 어찌 보면 평화와 영의 일치는 논리상 선후가 있을 뿐, 사실 동시에 일어나는 하나에 대한 서로 다른 이름일 뿐인 듯합니다. 평화 가운데 있지 않은 영의 일치가 없고 영의 일치 없는 평화는 없으니 말입니다. 일치, 라틴어 성경에선 unitas(우니따스)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하나 됨'이란 말입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것은 둘이 되지 않고 셋이 되지 않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미 하나 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나가 된단 말일까요? 같이 기뻐하는 것도 하나 됨이지만 우선 같이 슬퍼하세요. 세월호의 아픔을 남의 아픔으로 두지 마세요. 그러면 누군가도 당신의 아픔을 외롭게 둘 것입니다. 자기 내어줌 없이 홀로 누리기만 하는 이에게 우리 됨, 우리를 위한 하나 됨은 사치입니다. 그때 외롭다 마세요. 지금이라도 자기 내어줌으로 그들의 아픔에 더불어 있으세요. 노동자의 아픔을 남의 아픔으로 두지 마세요. 우리 자신도 노동자이고 우리의 자녀도 노동자가 될 것입니다. 노동자에 대한 무시는 나에게 돌아올 것이고 이미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며 우리 자녀의 일입니다. 외롭게 두지 마세요. 스스로를 외롭게 두는 일입니다. 전태일이 힘없는 여공의 아픔을 자신도 힘겹지만 더불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이 사회의 부조리로 아파하는 모든 이들의 그 외로운 아픔에 더불어 있으세요. 그때 당신도 우리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예수가 그리 하였듯이, 전태일이 그리 하였듯이 말입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화를 내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화를 내고 화가 일상이 되어 버린 요즘, 스스로의 화가 일상이라 화가 화인줄도 모르는 요즘, 평화의 파괴는 나에게서 시작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평화롭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일치를 이루세요. 자기 내어줌으로 하나가 되어 보세요. 더불어 울 수 있는 누군가가 참다운 행복의 든든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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