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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102호실

당신을 향하여 애쓰는 것이 저의 길입니다. (2020 12 18)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2. 17.

세상에 그분이 계셨고, 세상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생겼다지만,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헬라말: Ἐν τῷ κόσμῳ ἦν, καὶ ὁ κόσμος διʼ αὐτοῦ ἐγένετο, καὶ ὁ κόσμος αὐτὸν οὐκ ἔγνω.)

(라틴말: In mundo erat, et mundus per ipsum factus est, et mundus eum non cognovit.)

(요한 1장 10절)

있는 그대로의 그분을 어찌 사람의 눈으로 알아보겠습니까? 사실 사람이란 이 거대한 우주의 한 낱 작은 순간이며 몸짓이니 감이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알아볼 순 없습니다. 하느님의 조각조각 조각 하나도 이 작은 혼으로 담아내기가 힘든 분이 당신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어찌 있는 그대로의 당신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알려 애쓰는 까닭은 그럼에도 돌아가고 싶은 교향의 품과 같은 곳이 바로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아니 당신은 참말로 모두의 고향이 아닙니까? 나의 고향이고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이고 내 아이들의 고향이고 내 모든 벗들의 고향이 아닙니까. 저기 저 힘겨운 보도블록의 잡초 한 포기의 고향이시고, 어미 죽어 슬픈 길고양이 녀석의 고향이시기도 하시며, 저기 거 흐르는 금호강의 고향이시고, 하늘 더 푸르름의 고향이시기도 하십니다. 어디 이뿐이신가요. 저기 저 별과 달의 고향이시고, 이 빛의 고향이시기도 하십니다. 나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도 어느 하나 당신의 품에서 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쉽게 잊습니다. 기도 중엔 그저 달라는 말만 떠오릅니다. 이미 주신 것을 보지 못하고, 그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며, 새로움을 바랍니다. 그 새로움을 바라는 욕심이 얼마나 나를 잡아두고 있는지 모르는지 내 일상 사소한 신비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라는 이름으로 당신은 나에게 다가와 있으시고, 내 두 아이로 당신은 다가와 있으시고, 이 고마움 앞에 나 역시 당신으로 그들에게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일상의 신성에서 당신을 뵙고자 노력하면 나 역시 그들에게 당신 계심을 증거 하는 이가 되겠지요. 나의 밖, 사람인 벗과 사람이 아닌 대자연의 형제자매인 벗들 역시 당신 품에서 한 가족입니다. 당신에게서 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 모두가 당신의 자녀이며 모두에게 당신은 어머니이시고 아버지이십니다. 다른 종교라도 어찌 적일까요? 

한국말로 '세상'이라 옮겼지만 헬라말로 '코스모스'입니다. 코스모스는 사실 우주이지만, 그냥 우주도 아니고 당신의 로고스, 당신의 질서가 낳은 그런 우주, 질서와 조화를 가진 우주입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가 서로를 그 신성함을 알아본다면, 우린 질서 잡힌 세상,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우주적 조화에 참여하는 그러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우주적 질서를 어쩌면 사람만 잘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만이 질서의 창조자라도 되는 듯이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요? 때론 물러 나고 때론 앞서 하고 때론 옆에 사는 것이 그때그때 모두가 조화이고 결국은 평화를 향한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 하느님이 녹아들어 하느님의 품에서 하느님으로 말미 암아 있는 바로 이 세상은 바로 코스모스의 우주, 조화와 질서의 우주이니 말입니다. 나와 다른 철학과 종교라도 코스모스의 한 울림들입니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생명이라도 코스모스의 한 울림입니다. 어떤 아집도 없이 흐르는 강물은 한 번도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수많은 것들에게 자신을 내어줍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말입니다. 예수와 같이 말이죠. 아집 없이 살아는 부처님처럼 말이죠. 

이미 품에 있지만 더 나만을 생각하지 않아 불만인 것일까요? 이미 하느님의 품에 안겨 있다 하지만 너무나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나에게 더 잘해주지 않아서 더 나만을 보아 달라 합니다. 이런 이기심, 어쩌면 우리네 서글픈 처지입니다. 부처님의 죽음의 순간까지 경계하고 경계하라고 한 바로 우리의 서글픈 처지입니다. 나만을 더 챙겨주지 않으면 그의 분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가 없다 합니다. 나를 위한 신은 없다 합니다. 나의 욕심에 수단으로 오지 않는 그런 신은 없다 합니다. 무력하다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우리 작은 아집에 담기기에 그분은 너무나 크십니다. 그것을 알아보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 큰 울림의 음악이 나의 귀에 더 집중할 수 없듯이 만일 그렇다면 그 음악은 그만의 것이 되어 버리기에 모두를 위한 음악이 될 수 없이 모두를 품에 안으신 하느님이 어찌 누구 하나의 아집에 사라잡히겠습니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위대하고 위대하여 너무 신성하고 신성하고 감히 다가갈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은 나 어찌 마주할까요? 겨우 겨우 아집을 이기고 애써 작은 실눈으로만도 당신의 빛을 나의 안, 내 영혼에 모두 담아내지 못합니다. 내 영혼이 당신의 작은 빛 조각으로 가득히 채워지고 터져 나의 영혼은 더 이상 나라는 이름으로 있지 못하고 저기 저 작은 품의 아픔도 잠시라도 나의 아픔이 되어 눈물이 되고 멀고 먼 이국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전쟁 중 아파하는 아이들의 논물도 잠시라도 나의 아픔이 되어 눈물이 됩니다. 아주 아주 힘들게 살짝 뜬 실눈으로 들어온 빛으로도 잠시 이리 힘겨운 슬프지만 고마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면 눈을 감고 살아갑니다.

코스모스 가운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지 못하고 나의 아집으로 질서와 조화를 파괴하며 삽니다. 일상 속 가끼이 찾아온 당신의 모습들에 애써 고개 돌리고 나의 아집과 욕심에 집중하게 됩니다. 남보다 더 잘나고 싶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애써야지요. 애쓰고 애써야지요. 그 애씀이 당신을 향한 저의 마음이고 그 마음이 신앙이겠지요. 그리 애써도 당신은 여전히 저에겐 알 수 없는 분이십니다. 죽음의 날까지 애써야 하는 그분 분이십니다. 그러니 고맙습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18

보도블럭에서 당신은 되옵니다. 유대칠 (C)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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