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의실 102호실

돈은 종교를 독약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2020 12 18)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0. 12. 18.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모두 양과 소와 함께 성전에서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며 그 상들을 둘러엎으셨다.

(요한 2장 15절)

성전 세는 모두가 유다돈으로 바쳐야 했습니다. 당시 강대국이며 현실적으로 지중해 유일의 강대국인 로마의 돈으로 바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환전소, 즉 돈을 바꾸어주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는 그것의 돋을 쏟아 버리셨을까요. 돈, 그것은 항상 이익을 남기려는 이들을 부르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을 보면서 돈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오면 사람이 더 많이 오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더 많은 돈이 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눈으로 감각하는 것은 같지만 영혼의 판단은 다릅니다. 영혼은 보고자 하는 것을 봅니다. 감각은 보이는 대로 보지만 영혼은 보려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영혼이 돈으로 가득한 이는 돈으로만 보입니다. 더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성전을 찾고 환전을 하여 이익을 남긴다면, 그에게 성전을 찾는 사람은 곧 돈으로 보일 것입니다. 

종교는 돈과 가까워지면 방금 더러워집니다. 아주 많이 더러워집니다. 돈으로 세상을 보고 돈으로 자신의 본질을 유지하려 하고, 돈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 순간, 자칫 수단으로의 돈이 아니라 돈이 곧 목적이 되어 버립니다. 종교는 성스러운 옷차림을 한 장사가 됩니다. 의도하지 않게 성직자와 목회자는 장사꾼이 되어 버립니다. 거룩한 옷을 입은 장사꾼, 처음엔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거룩하다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같이 있다 보면 알게 됩니다. 거룩한 것이 아니라, 거룩한 옷을 입은 장사꾼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때 엄청나게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 사랑 사랑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들도 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는 돈 돈 돈 하는 이들이란 사실 속에서 종교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됩니다. 유한 속에 살지만 무한을 바라는 이들의 애씀이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아집 속에서 작게 작게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자기편만 생각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사랑을 애쓰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 모든 것이 겉모습이며 그 속은 그냥 장사꾼이라면 배신같이 듭니다. 차라리 장사꾼이라 간판을 달면 거짓이 아닌데 간판은 거룩인데 그 속은 그저 돈돈돈뿐이니 말입니다. 

돈은 나만이 홀로 좋음을 누리게 하기 좋습니다. 더불어 나누지 않고 더 많이 모으고 있으면 점점점 남보다 더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돈입니다. 굳이 쓰지 않아도 강자가 된 그 마음이 좋습니다. 돈 때문에 말입니다. 돈은 그렇게 나를 외롭게 하고 우리를 흩어지게 합니다. 나 홀로 더 많이 누리고 가지기도 급한데 더불어 쓴다는 것은 비친 소리 같습니다. 돈만 보면 그렇습니다. 대성전을 세울 때는 수백억을 쓰다가 돌림병으로 사람이 죽으면 2-3억을 그것도 언론 보란 듯이 내어 놓습니다. 한마디로 2-3억을 광고비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장사를 하는 것이지요. 좋은 이미지를 사는 것이지요. 더 높고 화려한 대성전보다 더 많은 교회 안밖의 사람들을 위한 더불어 있음의 공간이 더 절실하지만 더 높은 성전을 마치 성벽을 쌓아 올리듯이 올립니다. 그러면 신기하게 정말 사람들을 성벽으로 오지 않아요. 사람들은 떠납니다. 그곳에 위로도 없고 신도 없다면서 말입니다. 

이미 예수께서는 아셨습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그저 기본적인 상식과 양심만 있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수는 그렇게 학벌이 좋지 않아도 돈이 종교를 독약으로 만든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학 석사가 되고 박사가 되어도 말로만 안다 하지  정말 삶에선 모릅니다.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화를 냈을 그 환전상과 다른 모습으로 같게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로 말입니다. 

종교... 그리스도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돈은 종교를 가치 없는 그 무엇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조심 조심해야 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18

[오캄연구소의 길이 홀로 감이 아닌 더불어감이 되도록 후원해주실 분들은 카카오 뱅크 3333-16-5216149 (유대칠) 혹은 국민은행 96677343443 (유대칠)로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교부 문헌 강좌'와 '더불어 신학' 그리고 철학 강좌를 준비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summalogicae@kakao.com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만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대칠.]


<위의 두 권은 저의 칼럼 모음집과 묵상집입니다. 앞으로 저의 칼럼과 길지 않은 글들은 모두 일정 분량이 되면 모음집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오캄연구소를 위하여 구입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두 권의 책은 저의 저서입니다. 더불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www.bookk.co.kr/book/view/94794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홀로 외로운 시대, 홀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불행한 시대, 정말 제대로 행복한 것을 무엇인가를 예수의 <주님의 기도>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한 묵상 모임집이다. 더불어 있음의

www.bookk.co.kr


 복음이 전하는 더불어 삶의 행복
www.bookk.co.kr

www.bookk.co.kr/book/view/92628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모두가 홀로 누리며 홀로 높아지려는 시대, 그 아집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들이 아프고 힘든 시대, 참된 더불어 행복하게 위한 더불어 있음의 철학과 더불어 있음의 신학을 궁리해 본다. 우리 시

www.bookk.co.kr


 우리와 더불어 우는 철학과 신학
www.bookk.co.kr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690705

 

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이 책은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변방에서 중국을 그리워하며 한자로 철

www.kyobobook.co.kr


 대한민국철학사 -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5401217&orderClick=LOA&Kc=

 

신성한 모독자 - 교보문고

중세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철학자 13인이 일으킨 파문과 모독의 일대기를 다룬 『신성한 모독자』. 중세에서 이단이란 그리스도교 외부에 있는 다른

www.kyobobook.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