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모두 양과 소와 함께 성전에서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며 그 상들을 둘러엎으셨다.
(요한 2장 15절)
성전 세는 모두가 유다돈으로 바쳐야 했습니다. 당시 강대국이며 현실적으로 지중해 유일의 강대국인 로마의 돈으로 바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환전소, 즉 돈을 바꾸어주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는 그것의 돋을 쏟아 버리셨을까요. 돈, 그것은 항상 이익을 남기려는 이들을 부르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을 보면서 돈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오면 사람이 더 많이 오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더 많은 돈이 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눈으로 감각하는 것은 같지만 영혼의 판단은 다릅니다. 영혼은 보고자 하는 것을 봅니다. 감각은 보이는 대로 보지만 영혼은 보려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영혼이 돈으로 가득한 이는 돈으로만 보입니다. 더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성전을 찾고 환전을 하여 이익을 남긴다면, 그에게 성전을 찾는 사람은 곧 돈으로 보일 것입니다.
종교는 돈과 가까워지면 방금 더러워집니다. 아주 많이 더러워집니다. 돈으로 세상을 보고 돈으로 자신의 본질을 유지하려 하고, 돈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 순간, 자칫 수단으로의 돈이 아니라 돈이 곧 목적이 되어 버립니다. 종교는 성스러운 옷차림을 한 장사가 됩니다. 의도하지 않게 성직자와 목회자는 장사꾼이 되어 버립니다. 거룩한 옷을 입은 장사꾼, 처음엔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거룩하다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같이 있다 보면 알게 됩니다. 거룩한 것이 아니라, 거룩한 옷을 입은 장사꾼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때 엄청나게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 사랑 사랑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들도 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는 돈 돈 돈 하는 이들이란 사실 속에서 종교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됩니다. 유한 속에 살지만 무한을 바라는 이들의 애씀이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아집 속에서 작게 작게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자기편만 생각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사랑을 애쓰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 모든 것이 겉모습이며 그 속은 그냥 장사꾼이라면 배신같이 듭니다. 차라리 장사꾼이라 간판을 달면 거짓이 아닌데 간판은 거룩인데 그 속은 그저 돈돈돈뿐이니 말입니다.
돈은 나만이 홀로 좋음을 누리게 하기 좋습니다. 더불어 나누지 않고 더 많이 모으고 있으면 점점점 남보다 더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돈입니다. 굳이 쓰지 않아도 강자가 된 그 마음이 좋습니다. 돈 때문에 말입니다. 돈은 그렇게 나를 외롭게 하고 우리를 흩어지게 합니다. 나 홀로 더 많이 누리고 가지기도 급한데 더불어 쓴다는 것은 비친 소리 같습니다. 돈만 보면 그렇습니다. 대성전을 세울 때는 수백억을 쓰다가 돌림병으로 사람이 죽으면 2-3억을 그것도 언론 보란 듯이 내어 놓습니다. 한마디로 2-3억을 광고비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장사를 하는 것이지요. 좋은 이미지를 사는 것이지요. 더 높고 화려한 대성전보다 더 많은 교회 안밖의 사람들을 위한 더불어 있음의 공간이 더 절실하지만 더 높은 성전을 마치 성벽을 쌓아 올리듯이 올립니다. 그러면 신기하게 정말 사람들을 성벽으로 오지 않아요. 사람들은 떠납니다. 그곳에 위로도 없고 신도 없다면서 말입니다.
이미 예수께서는 아셨습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그저 기본적인 상식과 양심만 있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수는 그렇게 학벌이 좋지 않아도 돈이 종교를 독약으로 만든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학 석사가 되고 박사가 되어도 말로만 안다 하지 정말 삶에선 모릅니다.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화를 냈을 그 환전상과 다른 모습으로 같게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로 말입니다.
종교... 그리스도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돈은 종교를 가치 없는 그 무엇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조심 조심해야 합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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