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 (마르코 1장 15절)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고 합니다. 참 이상하지요. 2000년 전에도 다가왔다 하는데 아직도 하느님의 나라는 다가오지 않은 듯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예수께서 우리에겐 거짓말을 하신 것일까요? 아니면 농담을 하신 것일까요? 사실 우리 한 사람으로 보면 우리의 탄생이 우주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우리네 삶이 우주의 역사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즉 우리의 죽음이 그대로 나라는 우주의 마지막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2000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그저 산만큼 기다린 셈이기도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죽어가는 저 세상의 하느님의 나라도 있겠으나 지금 여기 바로 이곳에도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기 위해 애쓰는 것도 하느님의 나라를 향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가왔지만 준비하지 않은 이는 다가왔는지도 모를 수 있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으로 준비한 이들은 다가온 그 하느님의 나라를 알아볼 것입니다. 어쩌면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받들고 지난 삶을 회개하며 살아가는 그 순간에 이미 하느님의 나라가 그의 우주에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그 말이 우리에게 던져졌을 때, 이미 우리에게 하느님의 나라는 다가와 있었는지 모릅니다. 단지 우리가 회대와 복음으로 준비하지 못해 보지 못한 것일지 모릅니다. 치열하고 치열하게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하느님의 품 속에서 너는 남이 아닌 우리 가운데 나 아닌 나라며 안아주는 이는 정말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며, 그렇게 예수의 복음을 단지 말로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온 삶으로 알아듣는다면, 그렇게 예수의 말씀이 삶이 된다면, 비록 이 세상 많은 이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게 된다 하여도 그는 이미 천국을 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천국이 어디 다른 것일까요? 하느님과 더불어 하느님의 품 안에서 하느님과 살아가는 것이 천국이 아니겠습니까. 이웃을 남으로 두지 않고 이웃으로 두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그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고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임하게 하길 바라고 있으실 것입니다. 죽어 올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살아서도 애쓰는 하느님의 나라를 우리에게 원하실 것입니다. 힘들어도 포기 없이 아집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다가가는 더불어 있음, 그 이웃 사랑의 복음이 이 땅에서도 하늘과 같이 이루어지길 원하실 것입니다.
더불어 신학의 시작은 너를 남으로 두지 않는 것입니다.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너를 나 아닌 나로 더불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로 있는 것입니다. 우리로 있기 위해 나의 아집은 줄어들어야 합니다. 무너져야 하고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면 그만큼 너는 나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나와 너는 남이 아닌 우리로 하나가 됩니다. 노숙자의 아픔도, 이주노동자의 아픔도, 그리고 미혼모의 아픔도 남의 아픔이 아닌 우리 가운데 나 아닌 나의 아픔으로 있을 때, 바로 그곳이 하느님의 나라이고, 바로 그곳이 하느님의 더불어 있으시는 곳이라 믿어 봅니다. 그곳이 복음이 삶인 곳이라 믿어 봅니다. 미루지 마세요. 하느님의 나라는 당신이 처한 조건에서 얼마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나누세요.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으세요. 그러면 바로 그곳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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