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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학회

기적은 먼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 신학의 야고보서 읽기 3)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1. 9.

9 낮은 형제는 자신의 높아짐을 자랑하고,

10 부자는 자신의 낮아짐을 자랑하시오. 부자는 들에 핀 꽃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11 해가 떠서 그 불볕으로 풀을 말리면 그 꽃은 지고 그 아름다운 모양이 사라집니다. 이와 같이 부자도 자기 일을 하다가 망할 것입니다.

(야고보의 편지 1장 9-11절)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돌아보면 허망하게 사라집니다. 권력도 소유도 명예도 결국은 지나가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 존재 자체가 그렇지요. 결국 이 세상에서의 모든 것을 내려 두게 됩니다. 죽음이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맛난 것을 먹어 좋지만 그 좋음으로 욕심이 생겨 더 맛난 것을 먹으려는 마음에 마음은 힘들어집니다. 좋은 것을 입으면 좋지만, 그 좋음으로 욕심이 생겨 더 좋은 것을 입으려는 마음에 마음은 힘들어집니다. 결국 이 세상의 좋음이란 나쁨의 이유가 되어 버립니다. 그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우리네 일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혀로 맛보고 살로 느끼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좋은 것을 듣고 그러면 좋지만 결국 그것이 우리네 아집에 되어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것은 이미 부처님의 설명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결국 해탈이란 바로 이러한 좋음에서 벗어나는 것, 그 좋음에 노비가 되어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참된 자아가 되어 벗어나는 자유함을 누리는 것, 바로 그것일 듯합니다. 결국 우리네 삶이란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 보여도 결국은 마른 잎이 사라지듯 사라질 것이니 말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말라 바람에 부서지면 먼지가 됩니다. 꽃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 않으면 그 먼지를 거름으로 자라는 또 다른 생명에겐 좋은 일이 아닙니다. 결국 사라짐으로 자기 가진 것을 내어 놓을 때, 자신의 존재는 할 일을 다 한 것이 되고, 그 자기 내어줌으로 나 하나의 좋음이 아닌 더불어 모두가 좋음이 되어집니다. 하지만 나눔의 마음은 쉽지 않습니다. 당장 더 가지는 마음이 더 편하니 말입니다. 어차피 마른 잎이 그 아름다움을 잃고 부서질 것이라도 아름다운 꽃이 되고 잎이 되어 마르지 않으며 노력하는 것이 또 사람입니다. 그 아집으로 힘든 것이 또 사람이란 말입니다. 힘들게 살지 맙시다. 

나누어줌으로 가난한 이는 이미 천국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미 타인에게 희망이 되고 미소가 되는 사람입니다. 이웃을 자신 처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눈으로 보면 힘이 없어 볼 것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하느님이 보시면 그가 진짜 참 사랑으로 존재하는 바른 사람입니다. 바른 있음입니다.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1년에 400여 명씩 죽어간다는 글을 읽고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것으로 한 번도 제대로 분노한 적도 없고 그것으로 한 번도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살았으니 말입니다. 기업이라면 큰 기업만 생각해 왔으니 말이죠. 하루에 한 명의 사람이 죽어갑니다. 코로나 19로 죽어가는 수보다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무관심과 자본주의의 차가움으로 죽어가는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10 명 가운데 1 명이 산업재해의 피해를 입게 되고 1년에 100여 명이 죽어간다고 합니다. 3일에 한 사람씩 죽어가는 것입니다. 이 땅에 희망을 안고 와서 죽어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한 번도 제대로 분노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고 그저 흘러가듯이 들었으니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적이란 자본으로 독립되어 자기 이득이 되지 않아도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지 않는 것을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말도 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이들의 아픔을 남으로 두지 않는 그 마음이 참된 신심이며 그 실천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지금 21세기에 제대로 실천된다면, 기적은 매일 일어날 것입니다.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하루에 한 명씩 일년에 400여 명이 죽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고, 10명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1명이 산업재해를 입고 100여 명이 죽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자본주의의 차가움은 코로나 19보다 더 무섭습니다. 약도 백신도 없으니 말이죠. 그리고 정말 사람이 죽이니 말입니다. 그 치료법은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음'입니다. '공유'입니다. 소유만의 세상이 아닌 공유의 세상입니다. 지식도 지혜도 돈도 예술도 모두 더불어 있는 세상엔 나 아닌 이의 아픔을 남의 아픔이라 등 돌리며 자기만의 좋음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이는 지금처럼 많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더 행복이 일상 속에 녹아든 그러한 세상일 것입니다. 나 아닌 이의 행복에 나도 웃고 함께 기뻐하며 우리의 행복으로 더불어지는 그러한 세상일 것입니다. 더불어 있음의 기적이 멀지 않은 그러한 세상일 것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2021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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