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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존재론

유대칠 암브로시오의 성경 읽기 10 - 불행하여라... 저밖에 모르는 이들...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19. 10. 9.

2019년 9월 14일 추석 다음 날 토요일 오후 (200주년 신약성서를 봄)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대들, 부유한 사람들아! 그대들은 스스로 받을 위로를 받고 있으니.

불행하여라, 그대들, 지금 배부른 사람들아! 그대들은 굶주리게 되리니.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아! 그대들은 슬퍼하며 울게 되리니.

불행하여라, 모든 사람들이 그대들을 좋게 말하면!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에게 꼭 그와 같이 대했습니다.” 루가 복음 6장 24-26절

 

행복에 대한 <루가 복음>의 선언에 이어서 불행에 대한 선언이 이어진다. 행복에 대한 선언은 <루가 복음>과 더 자세히는 <마태오 복음>에 나온다. 행복에 대한 선언은 어쩌면 천국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가난한 사람의 공간이고 굶주리는 사람들의 공간이며, 우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베푸는 사랑으로 미움을 받고 모욕을 받아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이들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땅에서 천국으로 살아가는 이, 즉 하느님의 성전으로 살아가는 이는 가난하며 굶주리고 불의 앞에서 울고 있으며 미움 속에서도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힘겨운 삶이다. 이 땅에서 천국으로 살아간다는 것, 하느님의 성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부유하여 웃으며 이기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난의 삶, 결코 쉽지 않은 고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루가 복음>에서 이야기하는 불행한 이들은 지상에서 참 행복한 이들이다. 부유하고, 항상 웃고 있으며, 남의 아픔 안에서 울지 않는 이들이다. 이들이 우는 것은 오직 자기 소유의 상실이고,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오직 자기 이기의 상실이다. 그러니 이들은 싸우고 싸워서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리려 한다. 그리고 실상 고난의 삶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이용하며 잘 살아간다. 조선 시대 이 땅의 많은 양반들이 그러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정말 많이 죽고 노리개가 되어 살아간 고난의 삶은 민중의 삶이었다. 그 와중에도 민중을 버리고 도망한 이들은 그리도 고상하게 도덕심을 이야기하는 양반들이었다. 자신들만이 제대로 살아간다고 큰 소리 치던 양반들이었다. 일제강점기의 시작은 민중의 실패가 아닌 조선을 자신의 땅으로 여기고 살아간 양반들의 권력 다툼과 허망한 정치의 실패다. 그러나 그 실패의 몫은 양반이 아닌 민중이었다. 민중이 끌려가 남의 나라 전쟁에서 죽어갔고,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 그들의 성적 폭력을 당해야만 했다. 조선이란 나라에서 떵떵거리던 이들이 일제강점기에도 친일파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았다. 하느님은 어디에 있으실까? 누리며 살아온 이들, 남의 고난을 거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그 야비한 웃음에 하느님이 있으실까? 고난의 삶에서도 희망을 품으로 살아온 지금은 기억하는 이도 없는 힘없는 어느 의병의 죽창과 그 죽창 든 손의 눈물에 있을까?   

 

도덕이라곤 찾을 수 없는 이들의 성공이 이 나라의 상식이라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지옥이다. 도덕이란 그저 말뿐이고 서로 죽이고 죽이며 더 많은 것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남의 아픔이라곤 모르는 항상 웃는 부자들의 성공이 정말 참된 성공인 나라라면 이 나라는 희망 없는 지옥이다. 하느님마저 불행한 이들이라 이야기한 그런 이들의 공간이다. 도덕적일 것 없다! 우선 이겨라! 남을 돌아보지 마라! 우선 이겨라! 정의를 외친다고 이 세상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이기는 놈이 좋은 놈이다! 우선 이겨라! 그리고 웃어라! 부자가 되어라! 정말 이런 기대들이 기도가 되는 나라라면 이 나라는 지옥이다. 그대로 지옥이다. 

 

불행한 이들에 대한 선언을 잊지 말자! 자기 이기심에 만든 거짓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거짓 예언자는 항상 이기심을 자극한다. 거짓에 빠지지 말자! 나의 이기심을 벗으면 바로 그곳에 ‘나’와 ‘너’가 ‘우리’가 되어 함께 ‘더불어 있는 천국’,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위하여 기도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기대어 있는 모두가 좋은 천국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지금 이 땅에서 그 천국을 살아야 한다. 죽어서 갈 곳이라 희망을 버리지 말고 지금 이곳에서 그 천국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신앙 말이다. 울자! 가난하자! 불의 앞에 분노하자! 

유대칠 암브로시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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