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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철학메모

철학사 연구에서 '해체'란? (중세철학 연구 2021 02 15)

by Daechilyus Ambrosius Magnus 2021. 2. 16.

철학사에 있어서 내가 해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하나의 단일한 주제의 물음이 사실 주제의 복합체였고 그 주체들이 흩어져 나누어지는 과정을 두고 부르는 명칭이다. 예를 들어보자. 삼위일체 대한 물음은 하나의 단위로 존재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그 하나의 물음은 결코 하나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선 1) 신학적으로 삼위일체라는 하나의 믿음이다. 그것은 이성을 넘어서는 하나의 진리로 그리스도교 신앙인에겐 믿어진다. 계시와 성경 등 다양한 근거를 토대로 그것은 사실로 수용된다. 또 다른 것이 있다. 2) 성자와 성부 사이의 관계 문제다. 이 관계의 문제는 실체 범주와 관계 범주 등을 둘러싼 물음이 된다. 즉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과 관련된 물음이 된다. 범주들에 대한 고민은 신학적 물음에서 독립된 범주들의 독립적 존재 위상에 대한 논의가 되었고 이 논의는 삼위일체뿐 아니라, 성체성사의 논의 등에도 활용된다. 3) 또 위격을 향한 지칭 표현들은 지칭(suppositio)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후기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스콜라 철학과 신학의 언어 논의의 핵심인 명사(terminus)의 속성 문제로 독립하여 진행된다. 그뿐 아니라 4) 성부와 성자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고민에서 발달한 논의들은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에 대한 논의로 전개되면서 자기 인식에 대한 문제로 전개되어갔다. 이 문제는 신플라톤주의 등 다양한 논의가 더불어 전개되면서 근대 사상으로 이어져 주체의 문제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삼위일체에 대한 논의는 성서학적 근거 혹은 계시적 근거에 대한 논의와 관련되는 문제, 바로 그 문제를 주제로 삼는 물음이기도 하고, 범주에 대한 고민, 그것은 주제로 삼는 물음이기도 하고, 명사의 속성을 주제로 하는 물음이기도 하며, 자기 인식에 대한 물음을 주제로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하나의 단위로 등장한 물음은 하나의 주제, 즉 삼위일체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흩어진다. 즉 그것은 하나였지만 사실은 주제의 복합체였다. 그 복합체가 흩어지면서 서로 다른 여러 주제들이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철학사는 원인의 의도와 무관한 결과로 이어진다. 첫 원인에서 의도는 삼위일체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다른 주제의 물음들로 흩어진다. 매우 이성적인 의미론적 논의에서 존재론적 논의 그리고 성서학적이고 조직신학적 물음으로 흩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흩어지는 과정을 유대칠은 철학사의 '내적 해체 과정'이라 한다. 

시간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해체 이전이라 해체 이전의 언어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삼위일체의 문제는 신학적이고 철학적이다. 그 안엔 신학과 철학이 더불어 있으며 아직 내적 해체의 과정을 통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기에 중세인들은 신학이란 이름으로 현대 언어 이론에선 의미론이라 불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의미론이 아니라, 신학이다. 그리고 현대 철학자들에겐 너무나 존재론적인 것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오캄에게 유명론은 신학의 한 부분이다. 신학을 위한 논리다. 그것이 우선이다. 오캄의 유명론은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이후 현대 철학자 카르납(R.Carnap), 굿맨(N.Goodman), 퍼어스(H.H.Price) 그리고 윌리엄스(D.C.Williams) 등의 유명론과 동일하게 보편의 독립적 존재를 거부하지만, 이들의 유명론과 다르다. 이들의 유명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20세기의 의미에서 철학이었지만, 오캄은 신학을 위한 고민이었고, 신학을 위한 고민의 과정에 요구되는 것이었다. 극단적으로 그의 유명론은 신학이고 신학의 부분이었다. 오캄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오캄 이외 많은 중세 신/철학자들이 모두 그러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은 신학자라 생각한 인문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철학적 사유는 내적 해체 과정 이전의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금 철학사가들이 철학이라 적는 대부분의 것은 그들에게 신학의 한 부분이다. 그들에게 신학은 21세기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신학과 다르다. 그들에게 신학은 수백 년의 내적 해체 과정 이전의 어떤 것, 바로 그것으로 있기 때문이다. 

유대칠 

2021 02 15

(이 글의 모든 권리는 유대칠에게 있습니다. ㅎㅎ YuDaeChil (C)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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